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 정지 사태의 불똥이 내년 4·7 보궐선거를 준비 중인 여야 후보들에게 튀고 있다. 추 장관과 윤 총장 갈등이 정국의 모든 이슈를 삼키는 블랙홀로 부상하면서 후보들의 출마 선언 등의 이슈 자체가 묻혀버릴 수 있어서다. 이들 후보는 표면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확산에 따라 출정식과 출판기념회 등을 미루고 있지만 속으로는 경선과 본선 등 기선 제압의 적절한 시기를 탐색하고 있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특히 윤 총장 직무 정지 사태의 직격탄을 받은 곳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다. 민주당은 29일 현재까지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한 명도 공식 출마 선언을 하지 않고 있다. 부산시장에 박민식·이언주·이진복 전 의원이, 서울시장에는 이혜훈·김선동 전 의원과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이 출사표를 던진 국민의힘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여권 관계자는 “서울·부산시장 선거 자체가 민주당 단체장의 궐위로 발생한 상황인데다가 코로나19가 심각해지고 있는 와중에 선거만 의식한 행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후보별로 시기 조율을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자칫 빠른 행보가 역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실제 한 여론조사에서 여권 내 지지율 1위를 기록한 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 장관도 확실한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박 장관은 지난 27일 KBS 라디오에 나와 서울시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것에 대해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제가 조금 더 낮은 자세로 겸손하게 진지하게 그리고 신중하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확답을 피했다. 일찌감치 출마 의사를 밝힌 우상호 의원 역시 출마 선언 자체는 미루고 있는 형편이다. 다크호스로 평가되는 박주민 의원도 고민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부산시장 선거도 비슷한 상황이다.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과 김해영 전 의원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큰 움직임은 없다. 국민의힘에서는 나경원 전 의원이 ‘나경원의 증언’이라는 제목의 책을 내고 북토크를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일정을 12월로 미뤘다. 출판기념회라는 형식을 빌렸지만 사실상 서울시장 선거 출마 선언을 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다만 끝장 대치를 벌이고 있는 추 장관과 윤 총장의 승부에 따라 나 전 의원의 행보도 크게 달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나 전 의원이 ‘추·윤 사태’의 결과를 보고 서울시장보다는 당 대표나 대선 출마로 직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추·윤 갈등과 함께 공수처 출범 문제가 매듭지어져야 여론의 관심이 보궐선거로 옮겨질 수 있다”며 “주자마다 출마선언 시기를 저울질하는 시간이 길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