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의 ‘역할론’이 또 부상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의 1등 공신이면서도 2017년 대선 직후 “잊혀질 권리”를 주장했고, 지난 4·15총선의 숨은 공신 평가를 받으면서도 여의도 정가를 떠났던 양 전 원장입니다. 늘 ‘부름’을 받는 것은 ‘운명’일까요.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끝장 대치’ 속에 정국 정상화의 돌파구가 보이지 않자 여권 내에서 실세 대통령 비서실장 등장을 바라는 기대도 있을 법 합니다. 그런데 최근 양 전 원장의 소식이 유력 언론사 한 곳을 통해서 꾸준히 전해지는 게 참 의아합니다. 대부분 기자들이 양 전 원장과 통화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해당 언론사는 양 전 원장과 직통 전화라도 있는 걸까요. 보기에 따라서는 양 전 원장이 직접 언론을 가려가며 비서실장 기용과 관련해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합니다. 그런데도 언론사들은 사실확인 이전에 특정언론의 보도를 따라가기 바쁩니다. 그만큼 양 전 원장의 정치적 비중과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방증일 수 밖에 없습니다.
특정 언론통한 '역할론'군불..불편한 오해 쌓여
당대표는 커녕 국회의원 배지 한번도 안달아본 '실력자'
그럼 그의 복귀를 민주당은 진심으로 바라고 있을까요. 양 전 원장을 보는 당 안팎의 시각은 복잡합니다. ‘잊혀질 권리까지 선언’했던 그를 다시 왜 불러들이냐는 목소리도 존재합니다. 그 배경은 그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내면서 언론·야당과 지나친 전선을 형성해 정권 자체에 부담을 줬다는 겁니다. “조선·동아는 저주의 굿판을 당장 걷어치워라”(2004년 7월9일) “톱거리가 없으면 차라리 백지를 내라”(2006년 5월18일) “효자동 강아지가 청와대를 보고 짖기만 해도 정권 흔들기에 악용하는 심보가 작용한 것”(2006년 8월17일) “솔직히 어이가 없다. 선거를 앞두고 내놓은 대단원의 ‘욕 사전’처럼 보인다”(2007년 2월21일) “나는 (언론말살의) 간신이 아니라 (언론개혁의) 사육신”(2007년 5월31일) 홍보기획비서관 시절 발언들은 지금 들어봐도 상당히 ‘센’게 사실입니다. 최근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4·15 총선을 5개월여 앞두고 가진 민주당 의원들과 가진 만찬 자리에서 청와대 출신 총선 출마 희망자가 너무 많은 것을 우려하며 “벼슬을 했으면 헌신을 해야지 특혜는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누구도 하지 못할 쓴소리를 했습니다. 인재영입 및 총선 전략과 정책 개발로 총선 압승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한 것도 사실이니 양 전 원장을 바라보는 민주당의 입장이 미묘할 수 밖에 없어 보입니다.
싸움꾼 '센말'보다 충신 '옳은말' 필요한 시기
그가 2018년 내놓은 《세상을 바꾸는 언어-민주주의로 가는 말과 글의 힘》이라는 책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디테일에 있다. 우리 생활 속 작은 일, 작은 생각, 작은 언어부터 바꿔야 한다. 배려·존중·공존·평등 같은 민주주의적 가치는 배려의 언어, 존중의 언어, 공존의 언어, 평등의 언어를 쓰는 일에서 시작한다. 배려·존중·공존·평등의 언어로 생활 속 민주화를 이루는 것이 민주주의 완성 단계일 것이다” 양 전 원장이 무엇을 하든 자신의 기록한 글에 근거해서 움직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