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한진칼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을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한진칼은 산업은행을 대상으로 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자금을 조달한 후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선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 자회사로 편입된 후 대한항공과 통합되며 산하 저가 항공사(LCC)들도 합병 작업을 거치면서 2개 대형 항공사(FSC)와 7개 LCC가 난립한 국내 항공 산업의 지형은 하나의 FSC와 소수의 LCC 체제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1일 KCGI(조원태의 경영을 반대하는 강성부 펀드) 산하 투자 목적 회사 그레이스홀딩스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한진칼의 3자 배정 유상증자에 반발해 제기한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신주 발행은 상법과 한진칼의 정관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통합 항공사 경영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한진칼 경영진의 경영권·지배권 방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신주를 발행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한진칼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아시아나항공 인수라는) 산은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경영 판단의 재량 범위에서 충분히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이라고 판단했다.
재무구조가 양호한 한진칼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것은 경영권 방어 의도가 다분하며 기존 주주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KCGI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재판부는 “산은은 산업 정책적 목적을 위해 주주로서 한진칼 경영에 참여·감독함으로써 항공 산업의 전반적인 구조를 개편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런 취지로 한진칼에 지분 참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KCGI는 반도건설 및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3자 연합을 결성해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을 두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과 경영권 분쟁을 벌여왔다. 이번 판결에 따라 한진칼은 2일부터 산은을 상대로 5,000억 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예정대로 진행하며 대한항공은 산은의 자금을 마중물로 유상증자를 단행해 자금을 조달한 후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선다. 산은이 한진칼 지분 10%를 보유하면서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조원태 회장의 승리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김능현·이희조기자 nhkimc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