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2,700 선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LG화학(051910)·POSCO(005490) 등 국내 증시 대표 업종의 대장주들이 52주 신고가를 잇달아 경신하면서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여전하고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이 적지 않은 가운데서도 시장은 백신 개발, 미국의 추가 부양책 논의 재개 등의 긍정적인 재료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58%(41.65포인트) 상승한 2,675.90에 장을 마무리했다. 이틀 연속 사상 종가 기준 최고치를 다시 경신하며 상당수 증권사가 예상했던 올해 말 코스피 지수 상단인 2,700포인트 선까지 약 1.3%(35포인트) 정도 남겨뒀다. 특히 이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LG화학 등 시가총액 상위 3개 종목이 지수 상승의 대부분을 책임질 정도로 오름세가 컸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2.51% 오른 6만 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6만 9,900원까지 오르면서 ‘7만 전자’ 문턱까지 다다랐다. SK하이닉스도 8.46%나 뛰었다. 미국 마이크론이 내년 실적 가이던스를 상향함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마이크론이 연례 기술 콘퍼런스에서 실적 추정치를 크게 상향 조정하면서 반도체 업종 상승을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LG화학도 3.96% 상승하는 등 유가증권시장에서 시총 30%가량을 차지하는 ‘톱3’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코스피 지수도 함께 치솟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LG화학을 비롯해 POSCO·삼성전기(009150)·만도(204320)·현대제철(004020) 등이 52주 신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만 36개 종목을 포함해 무려 86개 종목이 52주 신고가를 다시 썼다. 지수가 급등했던 지난달 하루 기준 52주 신고가 경신이 가장 많았던 날은 11월 25일(46개 종목)이었는데 이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수준이다.
대형주의 강세는 외국인 투자가가 다시 국내 증시로 복귀해 집중 매수하면서 이뤄졌다. 국내 대형주 상당수가 경기 회복 수혜주인 만큼 추가 부양책 논의 재개, 백신 개발 기대감 등이 이들 종목에 대한 재평가로 이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이 전날보다 5원 40전 내린 1,100원 80전까지 하락한 것도 외국인들의 귀환을 부추겼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2018년 6월 15일(1,097원 70전) 이후 2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1,100원대 붕괴가 시간문제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외환 당국이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런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1,100원대 밑으로 하락하는 시점이 당초 예상했던 내년 초보다는 앞당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5,171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면서 ‘바이 코리아’를 재개했다. 삼성전자 주식 1,918억 원어치를 순매수했으며 SK하이닉스(1,678억 원), LG화학(1,340억 원), POSCO(144억 원) 등 52주 신고가 경신 종목을 집중 매수했다. 아울러 신한지주(055550)(370억 원), BNK금융지주(138930)(85억 원), KB금융(105560)(84억 원) 등 금융주도 대거 바구니에 담았다. 반면 개인은 2,445억 원, 기관투자가들은 2,486억 원을 순매도했다. 증권가에서는 연말까지는 외국인 순매수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국내 기업의 이익 전망치가 상향되고 있으며 수출 호조에 따른 원화 강세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연말은 대개 개인들의 매도세가 확대되는 시점인 데다 올해는 특히 높은 수익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지수 상승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외국인 동향은 기업 이익 전망 변화와 밀접하게 연동될 것으로 보인다”며 “외국인 순매수 기조 자체는 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