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3일 치러진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3차 대유행이 현실이 된 코로나19는 해마다 반복되던 익숙한 수능 풍경마저도 바꿔놓았다. 이른 새벽부터 고사장 주변을 뜨겁게 달궜던 후배들의 응원 함성은 사라진 채 고요함이 감돌았고 마스크를 쓴 수험생들은 온도 체크와 손 소독을 거친 뒤에야 시험실에 들어설 수 있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와 시험에 대한 부담감을 모두 견뎌온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얼굴에는 긴장감과 동시에 간절함이 묻어났다.
아직 어둠이 채 사라지기 전인 오전 6시 30분, 서울 강남구 휘문고 정문에는 하나둘 수험생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일정이 12월로 미뤄진 탓에 수능이 치러진 이날 전국 대부분의 아침 기온은 영하로 떨어졌다. 마스크를 쓴 수험생들은 한 손에는 도시락, 다른 손에는 몸을 따뜻하게 해줄 방한 용품을 든 채로 시험장에 들어갔다. 학부모 김 모(54) 씨는 “고사장에서 체온 확인 등의 과정이 있다고 들어 조금 더 일찍 준비해서 집을 나섰다”고 전했다.
해마다 ‘수능 한파’를 녹여주던 재학생 후배들의 시끌벅적한 응원전을 올해는 찾아볼 수 없었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한 방역 당국이 시험장 앞 단체 응원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여의도고 앞에서 만난 고척고 3학년생 고병호(19) 군은 “올해는 코로나19 상황이 워낙 심각한 만큼 후배들에게 문자메시지로 응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학교 인근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박 모 씨는 “올해처럼 이렇게 조용한 수능은 처음 본다”고 귀띔했다.
학부모들은 차분한 표정으로 자녀들을 배웅했지만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지 한참이나 자녀의 뒷모습을 지켜봤다. 한 학부모는 휘문고 교문 앞에서 연신 기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학부모 전 모(52) 씨는 “엄마 노릇을 잘 못 해준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뿐”이라면서 “마음고생이 컸는데 올해는 꼭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올해 수능은 사상 초유의 ‘코로나 수능’이라고 불릴 만큼 여러 악조건이 겹친 가운데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과 학부모들 모두 우여곡절을 겪어야만 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등교 수업이 전면 중단되면서 학생들은 대부분의 수업을 온라인으로 들어야 했고 대학의 입시 요강도 크게 바뀌면서 시험 준비에 애로 사항이 적지 않았다. 코로나19로 달라진 시험장 환경도 또 다른 변수였다. 시험실 내에서는 항상 마스크를 써야 했고 책상에는 투명 칸막이까지 생겼다. 마스크를 착용한 수험생들은 학교 건물에서는 1m 간격을 유지한 채 손 소독과 증상 확인, 체온 측정 등을 거쳐 교실로 들어갔다. 인천의 한 고사장에서는 감염을 우려한 듯 전신 방역복을 입고 수능을 치러 온 수험생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학부모 성 모(52) 씨는 “시험장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답답해도 마스크를 벗지도 못하고 책상에는 여태 없던 칸막이까지 생기는 등 환경 변화가 많아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래도 준비한 만큼 제 실력을 발휘하고 나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올해 수능에서도 어김없이 고사장을 착각하거나 늦게 일어나 아슬아슬하게 입실에 성공한 수험생들이 전국 곳곳에서 목격됐다. 서울 송파구에서는 수험표를 놓고 온 수험생의 도움 요청을 받은 경찰이 직접 학생의 강동구 천호동 자택까지 이동해 수험표를 전달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전국에서 620건의 수능 관련 112신고가 접수됐다. 지난해보다는 41.6%나 줄어든 수치다. 경찰은 이날 176명의 수험생을 시험장에 태워줬고 시험장을 착오한 수험생 17명도 경찰차로 수송해줬다고 밝혔다. /심기문·김태영기자 doo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