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기업공개(IPO) 최대어 중 하나로 꼽히는 카카오(035720)뱅크의 IPO 주관사 자리를 따내기 위해 주요 증권사 대표들이 판교에 총출동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몸값’ 20조 원에 이르는 큰손을 놓치지 않기 위해 증권사 수장들이 직접 나서 총력전을 펼친 것으로 풀이된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이날 판교 본사에서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설명회(PT)를 개최했다. 최종 주관사 후보로 선정된 미래에셋대우(006800)·NH투자증권(005940)·삼성증권(016360)·KB증권 등이 차례로 상장 전략에 대해 설명했으며 이후 외국계 증권사들이 PT를 진행했다.
이날 PT 현장에는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 김성현 KB증권 대표 등이 모두 자리를 지켰다. 대표들이 직접 출석해 전사적으로 상장 업무를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다만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세에도 불구하고 각 증권사 대표들이 직접 PT에 참석한 것은 이번 상장 주관을 따내느냐 여부에 따라 내년 실적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워낙 덩치가 큰 ‘빅딜’이다 보니 주관 여부에 따라 IPO 부문 실적이 요동칠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최근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TPG캐피털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며 약 9조 3,000억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고 주관사들이 예상하는 카카오뱅크의 상장 기업 가치는 약 20조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통상 증권사들은 공모 청약 물량의 1% 안팎을 수수료로 받는다.
이번 PT에서 카카오뱅크는 자신들의 기업 가치에 관한 질문을 쏟아냈다. 최근 TPG캐피털로부터 투자 유치를 받을 당시 기업 가치가 적절한지, 제시한 기업 가치가 공모 과정에서 투자자들에 수용 가능한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이 밖에 은행 업계에서의 카카오뱅크의 위치와 역량 등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졌다.
카카오뱅크는 이날 PT에서 논의한 내용을 중심으로 증권사별 이해 상충 이슈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기준 지분율 10%로 경쟁사인 케이뱅크의 주요주주다. 미래에셋대우는 카카오 경쟁사인 네이버와 인연이 깊다. 미래에셋대우가 네이버 지분을 일부 보유 중이며 네이버 역시 지분율 7.34%의 미래에셋대우 주요주주다. 실사 등 상장 과정에서 속살을 내보여야 하는 카카오뱅크로서는 예민하게 따지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한편 카카오뱅크는 이르면 다음 주 상장 주관사를 선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카카오뱅크의 한 고위 관계자는 “아직 몇 개 증권사를 선정할지는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다”며 “(주관사 선정이) 길게 끌 일은 아닌 만큼 다음 주 중 주관사를 선정한 뒤 상장 준비를 착실하게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주관사 선정 이후 내년 하반기 증시 입성을 목표로 상장 작업을 준비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