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심한 최악의 식량 위기가 닥칠 것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과 봉쇄 조치로 이제는 ‘기근 바이러스’가 인류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데이비드 비즐리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은 지난달 외신들을 통해 이같이 경고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와중에 빈곤 퇴치에 힘쓴 공으로 WFP가 올해 노벨 평화상을 받았지만 내년에는 훨씬 더 힘든 싸움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비즐리 총장은 “진짜 전쟁은 지금부터”라며 곤혹스러워했다.
글로벌 식량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 5월 91.0에서 5개월 연속 상승해 10월에는 100.9를 기록했다. 2014~2016년 평균치를 100으로 보는데 이를 넘어섰다. 곡물·설탕·유제품·유지류 가격이 오른 가운데, 특히 10월 곡물가격지수는 한 달 전보다 7.3% 올라 111.6에 달했다.
세계적으로 식량 위기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는 것은 코로나19로 식량 생산과 공급이 모두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집약적인 농산물 생산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각국의 봉쇄령으로 차질을 빚었고 유통 채널은 멈춰 섰다. 살충제 등 농업 생산에 중요한 농약 등이 제때 공급되지 못하는가 하면 농업 대국인 인도에서는 수확한 토마토와 바나나를 전국 봉쇄령으로 운송하지 못해 썩게 두는 일마저 생겼다. 과일·채소·수산물 등 신선 식품은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19로 유통 대란에 휩싸였다.
생존에 필수적인 식량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로 각국이 보호주의의 빗장을 더욱 굳게 걸어잠그며 식량 가격은 급등했다. 베트남이 올 3월 쌀 수출을 전면 금지하자 미얀마·캄보디아도 쌀 수출제한에 나섰다.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인 러시아는 밀 수출을 7월까지 금지했고 루마니아·우크라이나·카자흐스탄 등 주요 밀 수출국도 가세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홍수·혹한 등 이상기후는 세계적인 식량 위기에 이미 상수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의 식량 안보 상황도 위태롭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45.8%로 2009년의 56.2%에서 10년 만에 10.4%포인트 감소했다. 쌀 자급률은 92.1%에 달하지만 주식에 필적하는 밀과 콩의 자급률이 낮다는 점이 문제다. 지난해 밀 자급률은 0.7%, 콩 자급률은 26.7%에 불과했다. 정부가 오는 2022년 목표로 삼았던 밀 자급률 목표치 9.9%, 콩 자급률 목표치 45.2%에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특히 밀 자급률은 2010년 1.7%에서 뒷걸음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