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일부터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를 2.5단계로 격상한 것은 서울이 아닌 경기도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후 일일 최대 신규 확진자가 나오는 등 수도권 전반의 확산세가 잡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분당·일산 등 경기도에 살면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에서 방역망을 수도권으로 확대하지 않고 서울만 높이면서 결국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이날까지 하루 평균 국내 환자 수는 514명에 달하고 수도권은 375명이다. 정부가 발령한 수도권 1.5단계(11월 19일), 2단계(11월 24일), 강화된 2단계(12월 1일)에도 코로나19의 확산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실제 이날 경기도의 신규 확진자는 176명으로 국내 코로나19 발생 이후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왔다. 지난 5일부터 서울시가 거리 두기를 강화했지만 경기도와 인천시의 거리 두기 강화 조치 없이는 무용지물이라는 평가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감염력도 유지되고 있다. 환자 한 명이 다른 사람에게 전파하는 정도인 감염 재생산 지수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5일까지 1.4명으로 전주의 1.43명에서 0.3명 떨어지는 데 그쳤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의 조치가 사실상 효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김우주 고려대 의대 교수는 “현재 발표되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이미 10일 전에 발생한 것”이라며 “숨어 있는 환자까지 합하면 1,000명 이상의 신규 환자가 매일 발생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비상한 각오로 이번 거리 두기 격상을 결정했다. 박능후 중대본 1차장은 “수도권 2.5단계는 3단계 ‘전면 제한’을 목전에 둔 최후의 보루로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며 “이번 사회적 거리 두기 상향으로 수도권의 일일 환자 수를 150~200명 수준으로 감소시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번 거리 두기 단계 격상으로 50명 이상의 모임이나 행사는 금지되고 주요 다중 이용 시설은 오후 9시 이후 문을 닫는다. 특히 기존의 2.5단계 조치에 포함되지 않았던 학원 운영 역시 중단된다. 다만 논술시험 등 대학 입시를 위한 교습과 고용노동부 장관과 위탁계약을 하거나 과정 인정을 받은 직업능력개발훈련과정은 운영 중단에서 제외된다. 다만 이 경우에도 오후 9시 이후에는 운영할 수 없다.
헬스장 등 실내 체육 시설, 노래방, 방문판매 등 직접 판매 홍보관, 실내 스탠딩 공연장의 운영 역시 중단된다. 영화관·PC방·오락실·멀티방·직업훈련기관, 독서실·스터디카페, 놀이공원·워터파크, 미용실, 상점·마트·백화점(300㎡ 이상) 등 대부분의 일반 관리 시설은 오후 9시까지만 영업을 할 수 있다.
수도권 소재 학교 역시 등교수업이 3분의 1 이내로 축소된다. 기존 2단계에서는 유치원과 초중학교는 3분의 1 이내, 고등학교는 3분의 2 이내 등교를 원칙으로 하되 최대 3분의 2 이내까지도 운영이 가능했다. 앞서 서울시 교육청은 7일부터 2주간 관내 중고등학교 모두 원격수업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는 3분의 2 이내까지 등교가 가능했지만 앞으로 3분의 1 이내로 제한된다.
결혼식장과 장례식장에서도 이용 인원이 50명 미만으로 제한된다. 목욕장업은 영업은 할 수 있지만 이용 인원은 면적 16㎡(약 4.8평)당 1명으로 제한되고 영업장 내 음식 섭취도 금지된다. KTX·고속버스 등 교통수단은 50% 이내에서만 예매할 수 있도록 권고된다.
비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도 2단계로 강화된다. 식당은 오후 9시 이후 포장·배달만 가능하며 유흥 시설 5종은 집합금지 한다. 모든 카페에서는 포장·배달만 허용되며 결혼식 등 각종 모임과 행사는 100인 미만으로 개최해야 한다.
거리 두기 상향에도 신규 확진자 발생이 줄지 않을 경우 정부는 3단계 상향을 검토한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전국적으로 1,000명 정도의 환자가 발생할 경우 28일 이내라도 3단계 상향이 가능하다”며 “3단계로 격상하는 사태가 오지 않도록 최대한 막아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