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명의 여성이 있다면 가슴 모양도 1만 가지입니다. 자신의 속옷 사이즈를 제대로 아는 여성들이 얼마나 될까요?”
언더웨어 브랜드 ‘더잠(THEZAM)’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원테이커’의 홍유리(사진) 대표는 바로 이런 질문에서 창업에 뛰어들었다. 국내에는 생소했던 2016년부터 와이어와 패드가 없는 브래지어인 ‘브라렛(Bralette)’을 발빠르게 선보일 수 있던 계기였다. 홍 대표는 7일 서울경제와 만나 “불편한 존재가 아니라 입고 싶은, 편안한 속옷을 만들기 위해 직접 제작을 시작했다”면서 “봉제 공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한국 여성 체형에 맞는 브라렛을 직접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브라렛의 대명사가 된 더잠의 최대 경쟁력은 기획부터 생산까지 직접 주도한다는 점이다. 홍 대표는 20대 초반이던 8년 전 속옷 유통을 시작한 뒤 편안하지도 않고 비싸기만 한 국산 대형 브랜드 제품을 보며 절치부심 자체 생산을 준비해 2018년부터 개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스테디셀러 ‘만득이 브라’는 패드를 압축해 볼륨감을 살리면서도 A컵부터 F컵, 둘레 65부터 90까지 사이즈만 국내 최대인 26가지에 달한다. 그뿐만 아니라 여성 전용 트렁크·드로즈, 속바지가 결합된 스타킹, 특허를 획득한 속옷 내장 티셔츠 이너캡 등 지난 2년간 개발 제품마다 연달아 성공을 거두고 있다. 홍 대표는 “최초이거나, 최고이거나, 유일하거나 라는 모토로 제품을 생산한다”며 “올해 50% 이상 성장한 연매출 100억원이 기대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길지 않은 제조 경력에도 기획력과 완성도가 탁월한 이유로는 바로 더잠만의 특별한 기업문화에 있다. 특히 제품 개발에 ‘마감일’이 없는 게 홍 대표의 경영 철칙이다. 사내 업무용 스케치북에 신입 직원부터 대표까지 허물없이 아이디어를 터놓는다. 그렇게 만든 시제품은 30여명의 여성 직원이 모두 직접 착용해보고 전원 만족할 때까지 수정하고 또 수정한다. 홍 대표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이나 외부몰 입점, 투자 유치와 같이 매출만 쫓는 유혹도 있었다”며 “하지만 그보다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할 줄 아는 노하우를 쌓는 데 끈질기게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초심대로 편안한 속옷을 통해 여성들이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도록 사회 공헌 활동도 펼친다. 카페24(042000)를 통해 제작한 쇼핑몰에서 직접 여성을 위한 매거진 콘텐츠를 제작하고 온라인 브라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다. 두 곳의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교육받은 전문 직원이 고객의 속옷 사이즈를 컨설팅해 준다. 그는 “선한 영향력을 전하기 위해 생리대·속옷을 기부하는 등 여성 인권 향상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더잠의 VIP 팬덤과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제품만이 아닌 여성 문화와 함께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는 게 내년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