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중국의 최고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 14명을 무더기로 제재했다. 전인대 상무위가 홍콩 야당 의원 자격 박탈에 사실상 관여했기 때문인데 재선에 실패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보복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7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이날 왕천과 차오젠밍, 천주, 우웨이화 등 중국 전인대 상무위 부위원장 14명 전원을 제재한다고 밝혔다. 이들과 직계가족은 미국 방문이 금지되며 미국 내 자산도 동결된다. 미국인과 거래도 할 수 없다. 다만 중국 지도부 서열 3위인 리잔수 전인대 상무위원장은 제재 대상에서 빠졌다. 부위원장들만 제재한 셈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 장관은 “홍콩의 민주적 절차에 대한 중국의 끊임없는 공격은 (홍콩 국회인) 입법회를 의미 있는 야당이 없는 ‘고무도장’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무조건 도장을 찍어주는 거수기로 전락시켰다는 뜻이다. 그는 또 “상무위는 중국이 반체제 인사를 억압하고 중국의 억압정책에 항의하는 이들을 체포하는 데 쓰일 홍콩 국가보안법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며 “중국은 국제적 약속을 준수하기 바라며 중국의 행보를 규탄하는 많은 나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단호한 조치로 국가 주권과 안보 이익을 수호하겠다”며 미국이 홍콩 관련 추가 제재에 나서면 보복 조치를 단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실제 행동에 나설지는 의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트럼프 정부의 임기가 끝나가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절제된 대응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윌슨센터 산하 키신저 미중 연구소의 로버트 댈리 소장도 “중국이 미 국무부의 제재를 자국 이익에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여기지 않는 한 구체적 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