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이 국가정보원법 전부개정법률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종결 표결을 예고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범여권이 14일 이른바 ‘대북전단살포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대해 진행되고 있는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종결하기 위한 투표에 나선다. 전날 범여권은 종결 요건인 찬성표 180표를 겨우 채워 필리버스터를 종결했다. 이날 표가 이탈하면 필리버스터를 멈출 방도가 없어 여야가 국회법 해석을 두고 싸우고 정국은 더 꼬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국회 본회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국가정보원법에 이은 제21대 국회 세 번째 필리버스터가 진행되고 있다. 전날 저녁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첫 주자로 나섰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참여하고 있다.
민주당은 전날 오후 9시께 ‘무제한 토론 종결 동의서’를 제출한 상태다. 국정원법 개정안에 이어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도 민주당(174석)과 열린민주당(3석), 친여 무소속 의원(4석)이 힘을 합쳐 종결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국회에서는 ‘대북전단살포금지법’에 대한 무제한 토론이 진행 중이고 필리버스터는 총 6일째다. 야당의 의사 표시는 이미 할 만큼 했다”며 종결 투표를 예고했다.
종결투표는 국회법에 따라 종결요구서(재적의원 3분의 1·100석 이상)가 제출된 지 24시간 이후인 이날 오후 9시께 종결 여부를 표결에 부칠 것으로 보인다. 국회법에 따라 재적의원 5분의 3(180석 이상)이 찬성하면 필리버스터는 종결된다. 국회는 전날 범여권 의원 180명의 찬성으로, 국정원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강제종결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원내대변인이 13일 국회에서 남북관례 발전에 관한 법률일부개정안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종결동의서를 의사과에 제출하고 있다./권욱기자 2020.12.13문제는 표가 이탈할 때다. 필리버스터 종결에 대한 표결은 무기명으로 진행된다. 전날 범여권은 1표가 이탈한 180표로 간신히 종결 요건을 맞췄다. 만약 이날 1표라도 추가로 이탈하면 필리버스터 종결이 무산된다.
필리버스터 종결 투표가 부결되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국회법 제92조(일사부재의)는 ‘부결된 안건은 같은 회기 중에 다시 발의하거나 제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동일한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 종결 요구서를 재차 낼 수 있는지는 국회법 해석에 따라 의견이 다르다”며 “종결 투표 결과를 본 후 국회 차원에서 논의해야 할 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회법상 투표로 부결된 필리버스터 종결요구서를 다시 제출할 수 없다는 해석이 나오면 여야 모두 난감해진다. 국민의힘은 스스로 필리버스터를 마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30일까지 필리버스터를 이어가야 한다. 이 경우 의원들이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면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준비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여당도 부담이 되긴 마찬가지다. 필리버스터가 연말 임시국회 끝까지 진행되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당론으로 밀어붙이는 법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할 수 없다. 또 장기간 필리버스터로 국회가 마비되는 상황에 대한 집권여당의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