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영아수당 등 일회성 지원 되풀이...출산율 목표치도 제시 못해

■돈만 퍼붓는 저출산정책

15년간 180조 투입했지만

교육·주거문제 놔둔채 접근

인구절벽은 거의 해소 못해

지자체 출산지원·장려금 등

중앙정부와 중복도 여전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5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향후 5년간 인구정책의 근간이 될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5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향후 5년간 인구정책의 근간이 될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15년간 세 차례의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으로 180조 원을 투입했음에도 ‘인구 절벽’을 조금도 해소하지 못했다.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92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고, 올해 출생아는 사상 처음으로 30만 명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오는 2025년까지 추진될 인구 정책의 기반이 되는 5개년 계획의 핵심은 또 ‘돈 풀기’다. 셋째 아이를 낳으면 2,000만 원까지 주는 지자체가 나올 정도로 너나없이 장려금을 뿌려대는 상황에서 중앙정부의 출산장려대책도 단편적인 ‘지원금’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5년간 196조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면서도 출산율 목표치마저 제시하지 못했다.

정부는 15일 발표한 ‘제4차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2021∼2025)’을 통해 모든 만 0∼1세 영아에게 매월 일정 수당을 지급하는 영아수당을 도입하기로 했다. 0~11개월, 12~23개월로 나눠 각 20만 원, 15만 원을 주던 양육수당을 개편하는 방식이다. 2022년 도입 첫해 30만 원에서 시작해 2025년 50만 원까지 단계적으로 인상된다. 출산 시 200만 원을 바우처 형태로 지급하는 ‘첫만남꾸러미’ 제도도 2022년에 신설한다. 다자녀 가구에 대한 지원도 확대한다. 2025년까지 다자녀 전용 임대주택 2만 7,500가구를 공급하고 공공 임대주택 거주 중 다자녀(2자녀 이상)가 되면 한 단계 넓은 평형으로 이주를 원할 때 우선권을 부여한다. 저소득 가구의 셋째 이상 자녀에 대해서는 대학 등록금을 전액 지원한다.

정부도 초저출산 문제의 근본 원인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불안정한 고용과 낮은 임금 수준으로 인한 청년층의 소득 불안, 또 주택 가격의 가파른 상승으로 인해 감당하기 버거워진 주거 비용, 아이를 마음 놓고 장기간 맡길 곳이 없는 보육 환경 등의 사회경제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정작 꺼낸 대안은 가장 손쉬운 방법을 답습하면서 일회성 지원으로는 실효성을 장담하기 어렵고 앞선 정책 실패를 되풀이할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져 나온다.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 gif


이미 거의 모든 지자체는 출생축하금·출산지원금·출산장려금 등 각기 다른 명칭의 제도를 통해 중앙정부와 유사한 지원책을 쓰고 있다. 일례로 경북 성주군은 아이를 낳으면 출산축하금 30만 원과 첫돌축하금 20만 원을 주고 첫째 360만 원, 둘째 720만 원, 셋째 1,800만 원, 넷째 2,520만 원 등의 양육지원금을 나눠준다. 충청남도 청양군은 첫째 100만 원, 둘째 200만 원, 셋째 500만 원, 넷째 1,000만 원, 다섯째 2,000만 원을 준다. 경기도의 경우 셋째 자녀 기준으로 60만 원에서 1,000만 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을 내놓은 뒤 복지 혜택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출산율은 되레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며 “집값은 높아져 가고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을 개선하지 않으면 저출산 문제는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준비 과정에서의 엉성함도 눈에 띈다. 정부가 내년 예산안 편성을 마친 후에 4차 기본계획을 확정하면서 관련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고, 지원 혜택이 정작 내년에 태어나는 영아에게 돌아가지 못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내년 558조 원의 초슈퍼예산을 편성한 부담으로 인해 시행 시기를 1년 늦춘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또 앞선 1·2차 계획 때는 각각 2020년, 2030년 출산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6명, 1.7명으로 올리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으나 이번 계획에서는 정책 방향 정도만 제시했다. 박진경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사무처장은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출산율이 0.8 정도로 떨어질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이를 목표로 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면서 “패러다임 전환에 따라 출산율을 목표로 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이번 계획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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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출산과 육아에 따른 비용을 감당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는 일자리 문제에 대한 대책이 빠져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청년층 취업과 저출산의 관계’ 보고서에 따르면 첫 직장 입직 당시 월 급여 수준이 높거나 정규직으로 취업한 경우 첫 아이 출산 확률이 상승하는 등 일자리와 저출산 현상이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고령사회 대책으로는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노인 일자리 확충 등 기존 대책을 기반으로 공공신탁을 활용한 자산보호, 건강개선 노력에 대한 보상을 담은 건강인센티브제도 등을 추진한다. 정부는 또 여성이 결혼·출산에 따른 불이익 없이 지속해서 경력을 유지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장치도 도입하기로 했다. 기업이 경영공시를 통해 채용과 임직원, 임금 영역에서의 성별격차를 종합적으로 공개하도록 하고 성차별·성희롱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노동위원회를 통해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구제절차도 신설키로 했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김우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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