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국내 증시를 주도해온 외국인 투자가의 12월 쇼핑 목록에 LG전자(066570)와 아모레퍼시픽(090430) 등 경기 민감주가 다수 포함돼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반면 지난달 매수 자금이 집중됐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대거 차익 실현에 나섰다. 단기 급등에 대한 부담으로 이달 외국인의 매수세가 한풀 꺾인 가운데 내년 실적 개선과 경기회복 기대감을 반영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외국인 투자가는 LG전자(1,053억 원), 아모레퍼시픽(991억 원), LG디스플레이(034220)(781억 원), 한국전력(015760)(558억 원), 하나금융지주(461억 원), POSCO(426억 원) 등 경기 민감 종목을 위주로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난달 집중 매수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7,612억 원과 443억 원씩 순매도했다. 다만 2차전지 업종인 LG화학(051910)(1,918억 원), 삼성SDI(1,257억 원), SK이노베이션(597억 원)은 순매수를 이어갔다.
지난달 외국인은 반도체와 2차전지 업종을 중심으로 순매수하며 코스피지수를 14% 이상 끌어올렸다. 하지만 최근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욕구가 높아지며 외국인은 이달 들어 1조 4,614억 원의 누적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매도세에도 증권가에서는 외국인 투자가의 추가 매수 가능성을 높게 예상하고 있다. 이들의 수급에 여전히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강봉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 10월까지만 해도 외국인의 포트폴리오에서 한국 비중은 ‘중립 이하’였을 것으로 추정돼 향후 외국인의 매수 여력이 클 것으로 본다”며 “이들의 매수 업종이 확산되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달 외국인 투자가는 내년 강력한 실적 반등이 예상되는 종목들을 집중 매수했다. LG화학과 삼성SDI에 이어 외국인 순매수 3위에 오른 LG전자는 내년 영업이익이 3조 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외에도 아모레퍼시픽은 디지털 채널의 확대, 한국전력은 연료비연동제 도입 등으로 내년부터 실적이 본격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반도체, 화학, IT 가전, 하드웨어에 이어 화장품·의류·완구 업종 또한 하반기에 들어 매수세로 전환했다”며 “이들 업종은 공통적으로 기업 실적 전망과 외국인 수급이 동행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부양책과 경기회복 전망도 가전·화장품·소비재 등 경기 민감주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백신 영향력이 약해지는 반면 시장의 관심은 미국의 추가 부양책 통과 여부 등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실화되면 경기 부양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제껏 글로벌 증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기대감으로 ‘백신 랠리’를 펼쳐왔다. 하지만 곧 기대감은 백신에서 부양책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추가 부양책 통과 노력 등 내수 소비 회복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김민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확실한 모멘텀과 수요가 뒷받침되는 경기 민감주를 고려해볼 시점”이라며 “내년 경기 회복의 핵심인 주요 2개국(G2) 정책 모멘텀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