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마라톤 논의 끝에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내린 정직 2개월 처분에 대해 ‘면밀한 계산으로 수위를 결정했다’는 분석이 법조계 일각에서 제기된다. ‘윤석열 찍어내기 징계’라는 인상을 희석시키면서도 향후 윤 총장 측이 제기할 행정소송에 대비하기 위해 절충점을 찾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징계위는 장장 17시간의 심의 끝에 16일 오전 4시께 윤 총장에게 정직 2개월 처분을 결정했다. 애초 15일 자정께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으나, 징계위원들 간 논의만 7시간이나 걸렸다. 징계위가 인정한 징계 사유 4가지에 대한 징계 수위를 놓고 위원 간 의견이 계속 엇갈렸기 때문이다.
이날 심의엔 정한중 위원장 직무대리와 안진 전남대 로스쿨 교수, 이용구 법무부 차관과 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등 4명이 참여했다. 이들 중 과반수인 3명이 낸 징계 수위 의견의 하한선에 따라 의결이 이뤄지는데, 최고 수위인 해임에서부터 정직 6개월 또는 4개월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징계위는 과반수가 동일한 결론에 이를 때까지 토론한 끝에 정직 2개월이란 합의점에 도달했다. 징계위 개최를 앞두고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최고 수위인 해임이나 면직 대신 정직 3∼6개월 전망이 우세했는데 그보다 다소 낮은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린 것이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윤 총장에 대한 중징계 처분이 정권에 미칠 부담을 고려하지 않았겠느냐는 해석도 나온다. 감찰 및 징계위 준비 과정에서 여러 절차적 문제가 지적돼 여론이 좋지 않고, 법무부 감찰위원회와 법원마저 윤 총장 측 손을 들어준 상황에서 윤 총장을 강압적으로 물러나게 할 경우 오히려 정권에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미 여권 내에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 간 갈등이 정권 지지율을 깎아 먹고 있다는 우려가 팽배한 상황이다.
총장의 직무를 2개월간 중지시킴으로써 원전 수사 등 정권에 부담이 되는 검찰 수사의 동력을 떨어뜨리겠다는 노림수도 깔렸을 거란 관측도 제기된다. 이와 함께 징계위가 윤 총장 측의 법적 문제 제기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렸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징계위 최악의 시나리오는 법원에서 징계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주는 것”이라며 “‘설마 법원이 정직 2개월 처분에도 집행정지를 인용하겠느냐’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 총장 측은 징계위원의 불공정성이나 방어권 미보장 등 여러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며 징계위 결과에 법적 다툼을 예고해왔다. 당장 이날 윤 총장은 “임기제 검찰총장을 내쫓기 위해 위법한 절차와 실체 없는 사유를 내세운 불법 부당한 조치”라며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잘못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강경 대응 입장을 밝혔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