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올해도 연말을 앞두고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만 54세 이상 직원에 한해 신청을 받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대상을 만 46세 이상 직원으로 확대했다. 인사 적체 해소는 물론 코로나19를 계기로 더 급격해진 비대면·디지털화에 발맞추기 위해 조직 효율화에 속도를 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노사 합의를 거쳐 이날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대상은 예년과 같이 만 54세(1966년생)와 만 55세(1954년생) 전 직원이다. 특히 올해는 소속장급이면서 만 53세(1967년생) 이하인 직원과 만 49세(1971년생) 이상 관리자급 직원, 만 46세(1974년생) 이상 책임자급 직원도 대상에 포함됐다.
이미 임금피크제에 들어간 1965년생에게는 월평균임금 24개월 치를 일시 지급하고, 나머지 대상자에게는 36개월 치를 주기로 했다. 이와 함께 자녀 1인당 최대 2,800만원의 학자금(최대 2명)과 재취업지원금 3,300만원, 여행상품권 300만원 등도 지급한다. 지난해와 같은 조건이다. 다만 대상 범위가 확대돼 지난해보다 신청자가 늘어날 수 있다.
우리은행은 오는 28일까지 신청을 받은 뒤 심사를 통해 퇴직자를 확정할 예정이다. 이들의 퇴직일자는 내년 1월31일이다.
은행들은 최근 수년간 호실적을 바탕으로 연평균 1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퇴직금 지급을 불사하며 희망퇴직을 정례화해왔다. 장기적으로 인건비를 줄이고 비효율적인 항아리형 인력 구조를 개선하려면 중간관리자급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나갈 수 있도록 퇴로를 터줘야 해서다.
더욱이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금융의 비대면화가 가팔라진데다 빅테크·인터넷은행 등과의 경쟁도 더 치열해지면서 은행의 체질 개선이 더 시급해졌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초저금리와 디지털 금융 경쟁 격화 속에 인건비를 줄이고 판매관리비 상승률을 억제하는 것은 모든 은행이 당면한 생존 과제”라며 “단기적으로 큰 비용을 치르더라도 인력을 구조 조정하고 조직 활력을 높이는 게 은행권의 목표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은행권에서는 NH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 등이 이미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농협은행은 내년 임금피크제에 들어가는 만 56세 직원 외에도 10년 이상 근무한 만 40세 이상 일반직원에게 직급·출생연도별로 20~39개월 치 급여를 주기로 해 지난해보다 특별퇴직금을 더 늘렸다. 그 결과 지난달 30일까지 진행한 농협은행 희망퇴직에는 직원 총 503명이 신청했다. 지난해(356명)보다 41% 늘었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노사 합의를 거쳐 올해 연말부터 내년 1월까지 명예퇴직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지난 2014년 대규모 퇴직 이후 희망퇴직을 실시한 적이 없는 한국씨티은행도 임금피크제에 들어가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특별퇴직 시행 여부를 논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