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대러 특사인 우윤근 전 주러 대사가 러시아 측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내년 상반기 한국 방문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러 수교 30주년을 맞아 지난 13일 모스크바를 방문한 우 특사는 17일(현지시간) 주요 방러 일정을 마치고 현지 주재 한국특파원단과 만나 이 같이 밝혔다. 우 특사는 “내년에, 가급적이면 상반기에 푸틴 대통령께서 서울을 꼭 방문해달라는 요청을 문 대통령의 친서로도 구두로도 전달했다”며 “푸틴 대통령의 외교담당 보좌관인 유리 우샤코프가 상당히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고 소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상황이라 구체적 시기를 확정하기는 어려우나 일단 내년 상반기 방한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우 특사는 또 “우샤코프 보좌관이 지난 15일 크렘린궁에서 또 푸틴 대통령이 직접 ‘문재인 대통령께 안부를 전해달라’고 부탁했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17일 이루어진 세르게이 라브로프 장관, 이고리 모르굴로프 차관 등 러시아 외무부 인사들과의 회담 결과를 소개하면서 “지난 유엔 총회에서 문 대통령이 제안한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에 러시아도 참여하겠다는 뜻을 처음으로 표시했다”고 말했다.
한러 양국은 수교 30주년인 올해 푸틴 대통령의 방한을 추진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성사되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국·북한·중국·일본·몽골 등이 함께하는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 창설 필요성을 제안한 바 있다.
우 특사는 아울러 러시아 측이 한국의 수준 높은 보건·방역 시스템에 큰 관심을 보이면서 러시아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의 한국 내 생산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특히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 의장은 스푸트니크 V 백신을 한국에서 생산키로 한 국내 바이오기업 지엘라파의 춘천 공장을 방문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고 전했다. 볼로딘 의장은 하원 대표단을 이끌고 오는 27~28일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우 특사는 나아가 우샤코프 보좌관, 라브로프 장관 등에게 북한 비핵화와 남북한 평화 프로세스 등에 대한 러시아의 지속적 지지를 요청했으며, 러시아 측은 적극적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우 특사는 이밖에 러시아 극동연방관구 대통령 전권대표이자 부총리로 한러 경제공동위 러측 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리 트루트녜프와도 만나 양국 경제협력 강화 방안에 대한 견해를 교환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선 가스·철도·항만·전력 등 양국 간 9개 핵심 협력 분야 사업 구상인 ‘9개 다리’ 프로젝트와 연해주 내 한국기업 전용 산업단지 조성, 양국 서비스·투자 FTA(자유무역협정) 협상 등에 대해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특사는 18일 방러 마지막 일정으로 미하일 무라슈코 현지 보건복지부 장관과 모스크바 시정부 관계자 등을 만나 보건·의료 분야 협력, 양국 지방자치단체 간 협력 등을 논의한 뒤 귀국길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