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여쏙야쏙]'야권단일후보'안철수,서울시장 출마 조언한 사람은 누굴까

■송종호의 여쏙야쏙<10>

"원로들이 '결자해지'하라해 송구스러워"

대선만 보던 안철수…서울시장으로 선회

윤여준·김종인·최장집·장하성·이상돈·손학규

함께 한 옛 원로 멘토들은 모두 거리두기

'권은희·이태규' 등 젊은 정치인만 곁 지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20일 오전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마친 뒤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20일 오전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마친 뒤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서울시장 출사표를 또 던졌습니다. 2011년 10·26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후보직을 양보한 뒤 2018년 지방선거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언론은 뜨겁게 반응했습니다. 전날 국민의당 당직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통해 안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가 공지된 뒤 다음날 공식 출마선언이 이뤄지자 언론은 속보와 해설기사 등을 쏟아냈습니다. 차기 대선 지지율 4.2%(11월 11일 한길리서치 여론조사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의 의원수 3명에 불과한 군소정당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에 언론의 반응은 지나칠 정도였지만 안 대표는 언론이 주목할 만한 스토리를 가진 정치인이 틀림없습니다.



8년 정치 이력 '창당→합당→탈당→창당→합당→재창당'
국내 정치사에선 찾기 힘든 후보 양보를 박 전 시장에게 한번 했고,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2012년 대선에서 또 한 차례 했습니다. 의사인데다가 성공한 벤처기업가로 ‘청춘콘서트’로 유명세를 떨지던 안 대표는 ‘새정치’의 열망을 타고 20대 국회에선 여당의 심장인 호남 의석을 사실상 ‘싹쓸이’하며 일약 한국 정치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물론 정치 시작 8년 동안 새정치연합 창당→민주당과 합당(새정치민주연합)→탈당→국민의당 창당→바른정당과 합당(바른미래당)→국민의당 창당 등 창당과 합당, 탈당에 재창당을 거듭하는 부침을 겪었지만 득표력과 지지율이 입증된 유일한 정치인이고, 큰 선거의 경험을 가장 많이 가진 인물 중에 하나입니다. 특히 그는 ‘야권단일후보’를 천명했습니다. 지금 집권여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의 공동대표였고, 문 대통령과 한때 후보 단일화를 거쳐 지지연설을 했던 안 대표가 국민의힘과 연대해 정권교체까지 하자고 선언을 했으니 뉴스가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017년 11월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경제민주화 출판기념회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017년 11월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경제민주화 출판기념회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안 대표는 창당과 합당, 탈당과 재창당의 과정에 ‘멘토’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번에도 서울시장에 출마하지 않겠다던 안 대표의 마음을 움직인 건 원로 즉 ‘멘토’들이었습니다. 안 대표는 이날 출마선언문을 통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이 승리하지 못하면 다음 대선은 하나 마나 할 것”이라며 “원로들이 ‘결자해지’라고 지적한 데 송구스러웠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선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안 대표가 후보직을 양보한 뒤 결국 이번 보궐선거까지 치러지는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안심(安心)을 움직인 원로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 2014년 1월 새정치추진위원회에 공동위원장으로 참여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서울 여의도 새정치추진위원회에서 열린 인선 발표 기자회견에서 안철수 당시 안철수 의원과 손을 맞잡고 있다./연합뉴스지난 2014년 1월 새정치추진위원회에 공동위원장으로 참여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서울 여의도 새정치추진위원회에서 열린 인선 발표 기자회견에서 안철수 당시 안철수 의원과 손을 맞잡고 있다./연합뉴스


안 대표의 첫 멘토는 누가 뭐라 해도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입니다. 윤 전 장관은 안 대표의 트레이드마크인 ‘청춘콘서트’의 전신 ‘안철수의 토크 콘서트’를 2010년 기획하면서 긴밀해집니다. 2013년 새정치연합 창당 과정에서 윤 전 장관은 새정치추진위원장으로 합류했고, 2016년 국민의당 창당 과정에서도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았습니다. 2011년 안 대표를 서울시장으로 만들려던 최 측근이 바로 윤 전 장관입니다. 이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안 대표의 멘토로 부상했습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안 대표에게 대권가도에 앞서 국회 진출을 권하기도 했지만 안 대표는 2012년 대선에 직행했습니다. 당시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는 모두 알듯 흔쾌하지 않았고 결국 현 여권은 대선에서 졌습니다. 이후 다시 정치를 시작한 안 대표는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 이사장으로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를 영입했습니다. 연구소장은 장하성 안철수 대선캠프 국민정책본부장이었습니다. 이상돈 전 의원은 2016년 국민의당 창당과정에 합류를 하며 멘토로 부각됐습니다. 그는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국민의당의 녹색바람을 주도한 인물 중 하나였습니다. 2018년엔 손학규 바른미래당 전 대표가 있었습니다. 손학규 전 대표의 후원회장었던 최 명예교수가 연구소 이사장을 맡자, 일찌감치 ‘손학규-안철수 연대’가 전망되기도 했는데 실제 2018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였던 안 대표 곁을 지켰던 것은 손 전 대표였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2013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창비 서교빌딩에서 싱크탱크 성격의 정책네트워크 ‘내일’ 창립 계획을 발표 후 ‘내일’의 이사장을 맡은 최장집 명예교수(왼쪽 두번째)와 소장을 맡은 장하성 전 안철수 대선캠프 국민정책본부장(왼쪽 세번째)과 나란히 서 있다./ 연합뉴스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2013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창비 서교빌딩에서 싱크탱크 성격의 정책네트워크 ‘내일’ 창립 계획을 발표 후 ‘내일’의 이사장을 맡은 최장집 명예교수(왼쪽 두번째)와 소장을 맡은 장하성 전 안철수 대선캠프 국민정책본부장(왼쪽 세번째)과 나란히 서 있다./ 연합뉴스


안 대표와 이들 원로 멘토들은 관계가 유지되고 있을까요. 윤 전 장관은 “마라톤은 혼자 하는 거고 민주 정치는 같이 하는 것”이라며 안 대표와 거리 두기를 해 온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습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2016년 총선에선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으로서 안 대표를 향해 “불리하니 밖으로 나간 사람”이라고 했고, 당시 국민의당을 창당한 안 대표는 김 위원장을 “‘모두 까기’ 차르”라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습니다. 윤 전 장관과 김 위원장은 안 대표가 2011년 무작정 서울시장 출마를 강행했다가 가족의 반대로 불출마하겠다고 물러선 것이라며 불편함을 꾸준히 드러냈습니다. 최장집 교수는 이사장직을 맡은 지 80일만에 사임했습니다. 최 교수가 ‘내일’ 이사장직을 맡아 ‘안철수 신당’의 진로에 대해 ‘노동중심의 진보정당 노선’을 표방하자 당시 안 의원 측은 “최 교수 개인의 생각일 뿐”이라며 선을 그으며 감정의 골이 깊어졌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연구소장이었던 장하성 전 본부장은 잘 알려진 것처럼 문재인 정부 첫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안 대표와 결별한지 오래입니다. 이상돈 전 의원은 최근에도 라디오에 출연해 “(안철수 대표가) 진정성도 없다고 본다. 과거에 안철수 대표와 뜻을 함께한 사람들까지 다 망했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습니다. 손학규 전 대표는 21대 총선을 앞두고 미국에 있던 안 대표를 오매불망 기다리다가 결국 “개인회사의 오너가 CEO를 해고 통보하는 듯 (재신임을 묻겠다)”고 해 결별 수순을 밟았습니다.

국민의당 이태규(왼쪽부터) 의원과 권은희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 함께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국민의당 이태규(왼쪽부터) 의원과 권은희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 함께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안 대표 곁에는 ‘원로’보다는 비교적 젊은 의원들이 남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이태규 의원 등입니다. 안 대표에게 ‘결자해지’를 요청한 원로는 누구였을까요. 그동안 원로 멘토들과 소원해진 안 대표 곁을 지켜주는 원로가 전면에 등장할 때야 비로소 이번 서울시장 선거 출마의 진정성이 드러나는 건 아닐까요. 2012년 정치 입문 직전에 펴낸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을 다시 열어봤습니다. 안 대표는 정치를 하려는 이유를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에 대한 기억’에서 찾았습니다. “그렇게 무력한 사람들은 사회가 돌봐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을 보고 참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이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를 많이 고민했다” 안 대표가 원로의 지적을 전제로 ‘결자해지’를 주장하기보다 8년 전 품었던 ‘안철수의 생각’으로 ‘결자해지’를 강조했다면 어땠을 까요.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까지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을 남을 것만 같습니다.


※‘여쏙야쏙’은 여당과 야당 ‘속’ 사정을 ‘쏙쏙’ 알기 쉽게 전달하는 코너입니다.※‘여쏙야쏙’은 여당과 야당 ‘속’ 사정을 ‘쏙쏙’ 알기 쉽게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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