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시장에서는 산업은행이 쌍용차(003620) 대출 900억 원의 만기 연장 및 자구안을 전제로 추가 지원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쌍용차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일자리 수가 6,000여 개에 달하고 지역 경제에도 직격탄을 날리는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7월 인도 순방 때 아난드 마힌드라 마힌드라그룹 회장과 만나 쌍용차 해고 노동자 복직 문제를 직접 언급하는 등 정무적 관점에서도 산은은 물론 정부 차원의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산은이 쌍용차 지원에 소극적 태도를 보인 것은 무엇보다 금융시장의 원칙을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쌍용차가 JP모건·BNP파리바 등 외국계 금융사로부터 600억 원의 대출을 갚지 못해 연체를 하고 있는데, 산은이 21일로 돌아온 만기를 연장해주는 것은 기업 여신 시스템상 맞지 않는 일이다.
다른 금융사의 대출도 갚지 못하는 기업에 대출 만기를 연장해준다면 결정권자가 ‘배임’ 논란에 휘말릴 수도 있다. 실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15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쌍용차 만기 연장의 경우 외국계 금융사들이 만기 연장을 안 해주는데 우리가 연장을 해주면 외국계 은행이 산은의 돈을 빼 나가는 문제가 생긴다”고 말한 바 있다.
쌍용차에 신뢰할 만한 투자 및 사업 계획이 없는 것도 산은이 강경한 입장을 보인 이유로 분석된다. 이 회장은 “쌍용차와 마힌드라, 잠재적 투자자 간의 협상이 끝나야 한다”며 “향후 주주구성이 어떻게 정비되고 사업을 어떻게 할지 사업 계획서가 산은에 들어와야 얼마를 지원할지 결정을 할 텐데 현재로서는 결정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마힌드라로부터 쌍용차 지분을 사고자 하는 기업이 얼마를 투자하고, 급변하는 자동차 시장에서 쌍용차가 어떻게 살아남을지를 담은 사업 계획이 있어야 추가 지원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산은의 강경 모드에 쌍용차와 마힌드라, 잠재적 투자자와의 협상에도 진전이 없자 쌍용차는 결국 회생절차의 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산은 측은 “산은의 대출 만기 연장 이전에 이미 외국계 금융사로부터 연체가 돼 있었다”며 “회사가 내부적으로 마힌드라 측과 협의해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산은 관계자는 “쌍용차가 법정관리를 신청함에 따라 일단 채무는 동결되고 법원의 회생절차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회생절차가 2~3개월 걸리는 동안 은행은 쌍용차에 대출등급 하향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