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전세대란 여전한데 "매물 누적" 말장난 할 땐가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2일 “전세 시장의 상승 폭이 일부 축소됐고 전세 매물도 누적되는 정황”이라고 말한 것은 일부 통계로 전체 시장의 분위기를 가리는 ‘분식(粉飾)’이나 다름없다. 물론 홍 부총리가 근거로 삼은 빅데이터 업체 아실의 통계를 보면 서울의 아파트 전세 매물은 12월 둘째 주 1만 6,000건으로 10월 넷째 주의 1만 1,000건보다 늘었다. 하지만 이는 집값이 너무 오르자 빚을 내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영끌 갭 투자자’들이 늘면서 이들이 고가에 내놓은 전세 물건이 일시적으로 쌓인 것으로 봐야 한다. 전세마저 10억 원을 넘는 곳이 속출하자 매매로 돌아선 사람이 증가하면서 생긴 악순환의 결과일 뿐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의 전셋값 상승률은 지난달 0.53%에 달했고 이달에도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의 학원가 밀집 지역 등에서는 매물 부족으로 전세 대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이날 내놓은 내년 주택 공급 규모 역시 시장 상황을 외면한 편의적 홍보에 불과하다. 정부는 내년에 총 46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며 “평년 수준을 넘어 시장 안정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작 수요가 있는 서울 도심의 공급량은 여전히 부족하고 정부가 야심 차게 내놓은 공공 주도 재건축은 거의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공급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니 37곳을 규제지역으로 넣자마자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아산 등에서 풍선 효과가 또 일어나고 강남 집값마저 뛰어오르는 것이다. 조정대상지역이 111곳에 달하고 국민의 70.1%가 이곳에 살고 있다니 이러다가는 산간 벽지를 제외한 국토 전체가 규제에 묶일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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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이 이런데도 경제 수장은 얼마 전 “최근 매수 심리 진정세가 주춤한 양상”이라고 해 말장난이라는 비판을 듣더니 눈 가리고 아옹 식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런 터에 여당에서는 헌법에 보장된 사유재산권을 무시한 채 ‘1가구 1주택 보유·거주’를 법으로 규정하는 법안까지 발의하며 사회주의적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 언제까지 무모한 정책 실험으로 국민의 주거 불안을 키울 것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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