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B-1B 전략폭격기 2대가 23일 남중국해로 긴급 출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날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 19대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에 진입한 지 하루 만에 ‘기싸움’ 양상으로 번진 것이다. 미국 국무부 역시 중국·러시아의 무력시위에 대해 “철통같이 동맹을 방어하겠다”며 강력 반발했다.
군과 민간 항공기 추적 사이트인 ‘Golf9’ 등에 따르면 미국 B-1B 폭격기 2대와 KC-135R 공중급유기 1대는 23일 태평양 괌 앤더슨 미 공군기지를 이륙해 필리핀과 대만 사이 해상을 통과한 뒤 남중국해로 비행했다. 전날 중국 H-6 4대, 러시아 Tu-95 2대 등 군용 폭격기 19대가 우리나라 이어도와 독도 인근에 진입한 지 하루 만에 이뤄진 조치다. 군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최근 빈번한 미일 연합 훈련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가 대응에 나서자 미국 역시 맞대응을 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이날 미국 국영방송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의 동해 카디즈 진입에 대해 “미국은 최근 진행된 도발적인 공군 작전과 관련해 우리의 동맹인 한국과 한국의 우려를 강력히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은 이번 사건에 대해 한국과 밀접히 조율하고 있다”며 “우리는 상황을 계속 주시하면서 역내를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시도를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동맹에 대한 미국의 방어 공약은 철통 같다”고 설명했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같은 날 러위청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화상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문제에 대해 긴밀히 소통하자고 제안했다. 외교부는 전날 중국 측에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한 바 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중국 군용기 4대와 러시아 군용기 15대는 전날 오전 8시 이후 카디즈에 진입했다가 오후 3시 20분께 벗어났다. 다만 영공 침범은 없었다.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함께 카디즈에 진입한 것은 지난해 7월에 이어 두 번째다.
방공식별구역은 자국 영공으로 접근하는 군용 항공기를 조기에 식별해 대응하기 위해 설정하는 임의의 선이다. 중국은 카디즈 진입 전에 한중 직통망(핫라인)으로 통상적인 훈련이라고 통보했지만 러시아는 우리 측에 사전 통보를 하지 않았다. 한국과 러시아는 비행 정보 교환을 위한 직통망을 상호 설치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