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국정농담] 北과 백신 나누고 금강산 재개발, 보답하라 김정은

■윤경환의 국정농담(國政濃談)

"금강산 우리식 건설" 北, 南시설 무단 철거 암시

'삐라금지법'에는 美 이어 캐나다·유럽까지 반발

이인영은 흔들림 없이 "백신 협력" 대북 메시지

"금강산 관광 재개 최우선" 대권 도전에도 변수

정세현 "전단 해결했으니 새해 北이 '보답'해야"

北 지원 요구로 접촉 기대...김정은 신년사 주목

이인영 통일부 장관. /사진제공=유튜브 캡처이인영 통일부 장관. /사진제공=유튜브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확보에 관한 논쟁이 한창 이어지는 가운데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백신과 치료제가 더 많이 개발·보급되면’ 이를 북한과 나누고 싶다는 의사를 다시 한 번 강조하고 나섰다. 또 북한 당국이 금강산의 남측 시설을 무단으로 철거하고 북한식으로 관광지구를 뜯어고치겠다는 뜻을 내비친 상황에서도 이 역시 공동으로 개발하길 원한다는 메시지를 북측에 던졌다. 기존 보건협력 구상에 더해 금강산 관광지구 재개발·재건축 사업까지 코로나19 이후 남북 접촉의 주요 계기로 판단한 것이다. 남북 교류가 얼마나 진전하느냐는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직후로 점쳐지는 이 장관의 차기 대권 도전 결단 여부에도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우리 정부·여당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문제 삼은 대북전단 살포를 차단한 사실을 거론하며 새해에는 북한이 이에 상응하는 ‘보답’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한국 공무원 해상 피격, 대북전단살포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국회 통과 등으로 국내외 여론이 나빠진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올해 마지막 대북 메시지를 받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내년 초 신년사나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유의미한 대남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관련기사> ▶[국정농담] 이인영도 내년 장관 관두고 대선판 뛰어드려나

금강산관광지구의 개발 사업 현장을 시찰하는 김덕훈 북한 내각총리. /연합뉴스금강산관광지구의 개발 사업 현장을 시찰하는 김덕훈 북한 내각총리. /연합뉴스


北총리 “금강산지구 우리식으로 건설”... 남측 시설 철거 암시


지난 20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덕훈 북한 내각총리는 최근 금강산관광지구 개발 사업 현장을 시찰하며 “관광지구를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면서도 민족적 특성과 현대성이 결합된 우리 식으로 건설함으로써 민족의 명산 금강산이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 명산, 온 세상이 부러워하는 문화 휴양지로 되게 할 것”을 강조했다. 통신은 이날 김 내각총리가 고성항 해안관광지구, 해금강 해안공원지구, 체육문화지구 등을 돌아본 소식을 전하며 “명승지들을 개발해 인민들의 문화 정서적 요구를 최상의 수준에서 충족시킬 데 대한 당의 구상을 금강산관광지구총개발계획에 정확히 반영하고 집행하는 데서 나서는 실무적 문제들을 토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김정은의 지시에 따른 후속조치로 풀이된다. 김정은은 당시 금강산 현지지도에서 남측 시설을 모두 철거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김정은은 “손쉽게 관광지나 내어주고 앉아서 득을 보려고 했던 금강산이 10여 년간 방치돼 흠이 남았다고, 땅이 아깝다고, 국력이 여릴 적에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남측) 의존 정책이 매우 잘못됐다”며 “우리 땅에 건설하는 건축물은 마땅히 민족성이 짙은 우리 식의 건축이어야 하며 우리의 정서와 미감에 맞게 창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시설들을 남측의 관계부문과 합의해 싹 들어내도록 하고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봉사시설들을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북한은 그해 11월 우리 정부에 남측 시설물을 철거하겠다고 일방 통보했다. 당시 청와대는 “시설이 낙후돼 있어 어차피 재개발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었다”고 반응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직전인 올 6월4일에는 김여정이 노동신문 담화를 통해 아예 ‘금강산 관광 폐지’를 언급했다.

이에 대해 21일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발표와 관련하여 그 의도를 별도로 언급하지 않겠다”면서도 “정부는 남과 북이 금강산 지역 현안 문제를 해결하고 국제적인 관광지로 발전시켜 나갈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 적절한 시기에 만나 협의하기를 바란다”며 “금강산 시설 철거 관련 협의는 지난 1월30일 코로나19 상황을 이유로 북측이 철거 계획 연기를 통보한 것이 마지막이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북전단을 금지하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된 뒤 박병석 국회의장의 감사 인사에 손을 들어 화답하고 있다.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북전단을 금지하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된 뒤 박병석 국회의장의 감사 인사에 손을 들어 화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北삐라금지법’에는 미국에 이어 캐나다·유럽까지 반발

북한이 금강산의 남측 시설을 철거할 뜻을 보인 가운데 이달 국회를 통과한 대북전단살포금지법에 대해서는 미국 의회에 이어 캐나다 정부와 유럽 시민단체들까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표현의 자유와 인권 침해 문제가 국제 논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관련기사> ▶[국정농담] '北삐라금지법'에 韓美 충돌, 민주동맹 맞습니까

2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크리스텔 차트랜드 캐나다 국제부 대변인은 지난 23일(현지시간) 한국의 대북전단살포금지법에 대해 “캐나다는 의사 표현의 자유가 번영하는 사회의 주춧돌이라고 믿는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차트랜드 대변인은 “캐나다는 세계인권선언과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대한 국제 규약을 비롯한 국제 인권 조약에 명시된 바와 같이 표현의 자유를 지지한다”며 “이러한 의사 표현의 자유는 사회 내 인권 실현을 위해 중요하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RFA에 따르면 벨기에 브뤼셀에 본부를 둔 민간단체 ‘국경 없는 인권’의 윌리 포트레 대표는 유럽연합 지도부에 대북전단살포금지법에 대해 한국에 항의해 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의 인권 단체 ‘사람’의 니콜라이 슈프리켈스 대표도 한국이 북한 인권 증진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촉구한 세계 16개국, 47개 단체들이 한국에 발송한 서한을 독일 외무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슈프리켈스 대표는 “세계인권선언에 보장된 ‘국가를 초월해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권리’ 등을 침해하는 이 법안은 독일에서도 논쟁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의 데이비드 앨튼 상원의원과 영국 의원·전문가로 구성된 영국 보수당 인권위원회의 벤 로저스 부위원장 등도 “한국이 이 법안 공포를 재고하도록 촉구할 것”을 요청하는 공동서한을 영국 외무부에 전달했다.

앞서 미국 의회 산하 초당적 기구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지난 18일 미국 국영방송 미국의 소리(VOA)를 통해 한국의 대북전단살포금지법과 관련해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알린 바 있다. 이어 미국 민주당 소속의 엘리엇 엥겔 하원 외교위원장도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이 북한 인권 증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희생시켜가며 이뤄져야 한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10월 금강산을 시찰하는 북한 김정은. /연합뉴스지난해 10월 금강산을 시찰하는 북한 김정은. /연합뉴스


李장관은 꿋꿋이 “백신 나누고 싶다, 금강산 공동 개발하자” 메시지


이인영 장관은 이 같은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연말을 맞아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추후 북한과 나누고 싶다는 의견을 재확인했다. 나아가 금강산 관광지구도 남북이 함께 개발하길 원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관련기사> ▶[국정농담] 北에 코로나 백신 공짜로 주면 감사히 받긴 할까



이 장관은 지난 22일 통일부 온라인 토크콘서트에서 20·30대 청년들과 만나 “언젠가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이 더 많이 개발·보급된다면 서로 나누고 협력해 한반도에서 코로나19 상황을 종식하면 좋겠다”며 “북한이 코로나19에서 안전해지는 것은 대한민국이, 남쪽이 안전해지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코로나19 상황이 어느 정도 진정되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 중 하나가 금강산 관광 재개”라며 “지금은 북한 당국에서 금강산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치지만, 그보다는 협력을 통해 공동으로 개발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또 “나아가 원산갈마지구 관광까지 무대를 확대해 개별여행을 하거나 이산가족들이 먼저 관광의 길을 나서도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이 개별관광을 추진하고 싶다고 밝힌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는 최근 김정은이 가장 공을 들이는 외화벌이 개발 사업이다. 북한 경제개발계획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 장관은 이날 또 “남북이 갑작스럽게 통일되는 것은 서로 혼란과 부담을 주고, 경우에 따라서는 상처도 줄 수 있다”며 “평화 속에서 공존하는 삶의 경험을 통해 번영의 길에 선 체험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0년이 지났을 때 통일을 결정하는 것은 지금의 청년 세대들”이라며 “그때쯤 청년들이 ‘경험해보니 통일하는 것이 좋겠다’는 확신이 들면 통일을 결정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다음 날인 23일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과의 특별대담에서도 “우리 국민을 위한 백신 확보가 중요한 문제”라고 전제하며 “그 이후에 백신·치료제가 더 개발되고 많이 보급된다면 우리가 북한과의 코로나19 협력에 주저하거나 인색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장관이 코로나19 치료제·백신 대북 지원 의지를 표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장관은 이미 지난달 18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우리가 치료제와 백신을 서로 협력할 수 있다면 북으로서는 코로나 방역 체계로 인해 경제적인 희생을 감수했던 부분들로부터 좀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우리가 많아서 나누는 것보다 좀 부족하더라도 부족할 때 함께 나누는 것이 더 진짜로 나누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같은 달 26일 국회에서는 “치료제와 관련해서는 내가 조금 검토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건협력을 남북 교류 재개의 물꼬로 삼겠다는 뜻을 수차례 밝혔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연합뉴스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연합뉴스


정세현 “대북전단 문제 해결했으니 새해에는 北이 보답해야”

정세현 수석부의장은 23일 이 장관과 가진 특별대담에서 새해 북한의 ‘보답’을 기대했다. 그는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지) 6개월이 지나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이) 통과됐다”며 “미국에서 문제를 제기하지만 새해부터는 북한이 보답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삐라(전단) 문제를 해결해 준 것은 적어도 북한이 남측 당국인 통일부와 대화에 나설 수 있는 밑자리는 깔아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또 “4·27 판문점 선언의 합의에서 만들어진 게 연락사무소인데, 이때 전단 살포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기로 했다”며 “북한이 합의의 상징을 파기한 데 대한 반격 식으로 행동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북전단살포금지법 논란이 바이든 정부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북한 인권 개선과 관련된 삐라 살포를 금지하는 것이 인권을 중시하는 조 바이든 당선인의 외교 철학에 어긋난다는 얘기가 한반도의 특수 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나온다”며 “정부가 앞으로 남북관계의 특수성, 특히 삐라 살포로 지역 주민들이 불안해하는 상황을 (미국 의회와 정부에)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설파했다. “내년 한미연합훈련은 한국 정부의 요청에 의해서 중단·최소화해 북한을 자극하지 않을 방법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도 말했다.

이 장관은 이에 “1월 초에 북한 신년사에서 노동당 제8차 대회까지 북한의 전략을 밝히는 정치적인 이벤트가 있고, 미국은 1월20일 조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식이 있고,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 간담회 등을 통해 메시지를 낼 것”이라며 “내년 1월 북한에서 어떤 방침을 내는지가 중요한데 (남측에) 긍정적·적극적인 접근을 해올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요컨대, 우리 정부가 내년 북한을 자극하는 행위를 최대한 자제하고 김정은과 미국 바이든 행정부를 유능하게 설득해 낸다면 남북 교류 재개도 먼 꿈은 아닐 것이라는 뜻이었다. 실제로 상당수 전문가들은 북한이 금강산 관광 개발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우리 정부에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다만 지난해 10월 김정은의 발언으로 미뤄볼 때 금강산의 남측 시설 철거 방침은 남북 교류의 단절을 시사한 것일 수도 있다는 의견도 만만찮게 나왔다. 북한의 의도를 섣불리 넘겨짚기보다는 일단 그들의 신년 메시지를 차분히 지켜봐야 한다는 의미이다.


※‘국정농담(國政濃談)’은 행정·외교안보·정치 관련 ‘농도 짙은’ 현장 이야기와 현안 소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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