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中법원, '우한 폭로' 시민기자에 4년형 선고

코로나 첫 확산 상황 취재한 장잔에 중형 결정

"공중소란 혐의는 비판적 인사 침묵시키려 적용"

중국 당국에 체포된 시민기자 장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유튜브 캡처.중국 당국에 체포된 시민기자 장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유튜브 캡처.



중국 법원이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처음 확산한 후베이성 우한 지역 상황을 취재했던 시민기자에게 4년 징역형을 선고했다.

상하이 푸둥신구 인민법원은 28일 ‘공중소란’ 혐의를 받는 시민기자 장잔(37)에 대해 이같이 중형을 결정했다고 블룸버그 통신과 dpa 통신 등이 장씨의 변호인을 인용해 보도했다.


천추스, 팡빈 등 우한 지역의 코로나19 상황을 취재한 시민기자 다수가 구금·실종 중인 가운데 관련 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장잔에게 적용된 공중소란 혐의는 최고형량이 5년으로, 중국 당국이 비판적인 인사를 침묵시키려 할 때 주로 적용된다는 게 dpa 설명이다. 전직 변호사이기도 한 장잔은 지난 2월 우한 지역을 취재했으며, 당국이 주민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도시를 봉쇄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는 산소마스크를 쓴 환자들이 병원 복도에 줄지어 있는 장면과 사람들로 가득 찬 화장장 등을 담은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장잔은 5월께부터 게시물을 올리지 않았으며, 중국 당국은 이후 장잔이 거짓 정보를 유포한 혐의로 구류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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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잔의 변호인은 구금 중이던 장잔이 단식투쟁을 시작하자 당국이 위까지 관을 삽입하고 강제로 영양분을 공급했다고 이달 초 밝혀 논란이 됐다. 변호인은 이날 선고 후 “장잔이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였다. (지난주) 접견 당시 중형이 선고되면 끝까지 단식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으며, 장잔의 건강상태도 좋지 않다고 밝혔다. 앞서 이달 초 변호인은 교정당국이 강제로 유동식을 공급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변호인은 “면회 때 장잔은 두꺼운 파자마를 입었고 허리에 큰 벨트가 채워져 있었다. 또 왼손은 몸 앞에, 오른손은 몸 뒤에 고정된 상태였다”고 전했다. 양손을 몸 앞뒤로 고정한 건 삽입된 관을 빼지 못 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장잔은 두통과 복통, 어지럼증과 함께 입과 목구멍의 염증 탓에 고통스럽다고 호소했는데 이는 장잔이 단식투쟁을 벌이자 교정당국이 관을 삽입해 강제로 유동식을 공급했기 위함인 것으로 전해졌다.

장잔은 무고함을 주장하고 구금에 항의하고자 9월부터 단식투쟁을 시작했다. 이에 당국은 단식을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무시하고 위까지 관을 삽입해 유동식을 넣고 지난 3개월간 종일 족쇄와 수갑을 차고 생활하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잔은 지난 2월 우한에 들어가 코로나19 사망자 유족에 대한 괴롭힘 등 현지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취재해 온라인으로 알렸다.

AFP통신은 중국 당국이 관행적으로 서방의 눈을 피해 크리스마스와 신년 사이에 비판적 인사들을 재판한다면서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들이 내년 초 중국을 방문해 코로나19 기원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AP연합뉴스/AP연합뉴스


중국 당국은 해외 언론의 취재 활동도 위협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7일 사복을 입은 중국 보안요원들은 자택에 머무르고 있던 블룸버그 소속 직원 헤이즈 판을 체포했다. 중국 국적자인 판은 2017년부터 블룸버그에서 일해왔으며,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범죄행위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중국 당국은 “판은 정당한 권리를 충분히 보장받고 있으며, 그의 가족도 (구금된) 사실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측은 “판의 상태를 매우 걱정하고 있다”면서 “추가적인 정보를 얻어 그를 도울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외국 언론사에서 활동하는 기자들에게 점점 더 큰 압박을 가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하자 미국 언론사 소속 기자 십여 명의 기자증을 취소하고 추방한 바 있다. 중국중앙(CC)TV 영어방송 채널 CGTN에서 일하던 중국계 호주인 앵커 청레이는 국가안보를 해쳤다는 이유로 지난 8월 구금됐다. 지난 9월에는 중국 주재 호주 특파원 2명이 중국 경찰에게 국가안보와 관련된 수사를 받기 전까지는 출국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가, 호주 정부의 도움을 받아 중국을 떠날 수 있었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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