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발간하는 기업 분석 리포트가 코스피·코스닥에 상장한 기업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동학 개미’들이 올해 주식시장에 대거 뛰어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충격에 빠졌던 국내 증시를 반등 국면으로 끌고 갔지만 ‘깜깜이 투자’에 대한 우려도 덩달아 커지는 양상이다. 특히 당분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정부의 주택 시장 규제로 일반 대중들의 주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개인 투자자를 위한 투자 정보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공의 성격을 지닌 독립적인 기관이 양질의 리포트를 발간하게 하거나 기존 증권사를 대상으로 유인책(인센티브)을 부여해 리포트 공급을 늘리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분석 사각지대 놓인 중소형주 즐비=29일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올해 들어 최소 한 번 이상 리포트를 발간한 상장사(22일 기준)는 총 935곳으로 집계됐다. 이 중 코스피는 351곳이고 코스닥은 584곳이다. 같은 날 기준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종목이 코스피 916개, 코스닥 1,468개인 점을 감안하면 증권사의 분석 리포트가 나오는 비율은 각각 38.3%, 39.8% 수준이다. 이를 바꿔 보면 상장사 중 약 60%의 기업에 대해서는 제도권 기관의 분석을 제공 받지 못하는 셈이다. 개미들의 ‘깜깜이 투자’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증권사들의 상장 기업 리포트가 양적으로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급격하게 늘어나는 개인 투자자들을 위해 양질의 투자 정보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갈수록 줄어드는 리서치 인력=기업 분석 리포트가 부족한 것은 각 증권사 리서치 센터의 인력난 때문이라고 업계에서는 공통적으로 진단한다. 사실 애널리스트는 수년 전만 하더라도 ‘증권사의 꽃’이라 불리며 선망 받던 분야로 꼽혔다. 하지만 증권업 환경이 점차 바뀌면서 그 위상은 예전만 못해졌고 주요 증권사들도 리서치 인력을 대폭 줄여왔다. 실제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보면 국내에서 활동하던 애널리스트는 지난 2010년 1,554명 수준이었는데 이달 24일 기준 1,076명으로 감소했다. 이에 대해 증권사가 비용을 들여 인력을 늘리고 리서치 센터에 지원을 확대해야 분석 보고서가 늘어날 수 있는데 현 구조상 리포트만으로 수익이 나지 않다 보니 기업 입장에서는 선뜻 나서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의 규모가 작다고 해서 애널리스트의 할 일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무작정 리포트 발간을 늘리라고 요구하기 힘들다”며 “정작 분석이 없던 상장사의 리포트를 제공해도 개인 투자자들이 다른 증권사에서 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회사 입장에서는 난감하다”고 말했다.
◇급증한 개미…‘리딩방’만 성행=특히 최근 검증되지 않은 무자격 투자 중개업자들이 활개를 치고 유사 자문 업체인 ‘리딩방’이 성행한다는 점에서 개인 투자자의 정보 부족에 우려를 나타내는 시선이 적지 않다. 최근 금융 당국이 ‘소비자 주의보’를 발령할 만큼 무인가 금융 투자 업체가 난립하고 있다. 금융 당국은 올해 1월부터 12월까지 총 1,105건의 무인가 금융 투자 업자의 광고 등을 적발했으며 수사 의뢰 건수도 60건에 이른다. 이에 개인 투자자들이 늘어나는 만큼 제대로 된 정보를 접하지 못하고 검증되지 않은 곳에 쉽게 현혹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공 리서치’ 등 정보 확대 필요=이에 대한 개선 방안으로 공공의 성격을 지닌 독립 리서치를 설립해 분석 자료 등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적인 성격의 기관이 있어야 수익성 등을 따지지 않고 양질의 리포트를 많이 제공할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개인 투자자를 위해 정보를 확대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본다”면서 “증권 유관 기관의 자회사 등으로 현 증권사 소속의 애널리스트들이 담당하지 않던 기업을 분석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에 인센티브 제공을 넓혀 자율적으로 리포트 발간을 늘리게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설명도 있다. 황 연구원은 “일종의 공공 기관이 기업에 대한 투자 의견을 낼 경우 독립성·공정성 등 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다”며 “증권사들이 자율적으로 리포트를 늘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더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투자자들이 증권사 리포트에 대한 가치를 인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이런 문화가 제대로 정착되면서 리포트 유료화 등이 진행되면 선순환 구조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