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시행 3년 차인 2019년 건강보험 보장률은 64.2%로, 전년보다 0.4%포인트 상승했다. 중증·고액 질환과 아동·노인 의료비에 재정은 집중적으로 투입한 결과, 고액진료비 상위 30위 질환(81.3%), 1세 미만(79.4%), 노인(70.7%), 상급종합병원(69.5%) 진료비에서는 건강보험 보장률은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동네의원에서 많이 다루는 영양주사와 같은 비급여 진료가 통제되지 않아 전체적인 보장률은 당초 문재인 케어를 통해 구현할 것으로 봤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9년도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지난해 총 진료비는 103조3,000억원, 건강보험자 부담금은 66조3,000억원, 비급여 진료비는 16조6,000억원으로 추정됐다. 건강보험 보장률은 64.2%로 2018년(63.8%)보다 0.4%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법정 본인부담률은 19.7%, 비급여 본인부담률은 16.1%였다. 건강보험 보장률은 전체 의료비(일반 의약품, 성형, 미용 목적의 보철비, 건강증진 목적의 첩약비용 등 제외) 중에서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한 급여비(의료급여, 산업재해, 자동차보험 등 제외)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지난해 건강보험 환자에게 총 100만원의 의료비가 발생했다면 64만2,000원은 건강보험이, 35만8,000원은 환자가 부담했다는 뜻이다. 환자 부담 중 19만7,000원은 건강보험 제도상 본인부담금이었고, 16만1,000원은 환자 본인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를 선택해 부담한 액수였다.
의료기관 종별로 보면 중증 질환자가 주로 찾는 상급종합병원의 보장률은 69.5%로 전년보다 0.8%포인트 상승했다. 종합병원은 1.5%포인트 상승한 66.7%, 병원은 3.4%포인트 상승한 51.4%를 기록했다. 병원급 이상 전체의 보장률은 1.6%포인트 상승한 64.7%였다. 공공의료기관 보장률도 1.2%포인트 상승해 71.4%를 기록했다. 백혈병과 췌장암 등 ‘1인당 고액진료비 상위 30위 질환’의 보장률은 81.3%로 0.1%포인트 상승했고, ‘상위 50위 질환’ 보장률은 78.9%로 전년과 같았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의료취약계층인 ‘5세 이하’(69.4%)와 ‘65세 이상’(70.7%)에 대한 보장률은 전 국민 평균치(64.2%)보다 높았고, 특히 1세 미만 영유아(79.4%) 보장률은 전년보다 5.2%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동네의원의 보장률은 전년에 이어 다시 하락했다. 보장률은 0.7%포인트 하락한 57.2%에 그쳤고, 비급여 본인부담률은 1.0%포인트 증가한 23.8%에 달했다. 요양병원 보장률도 1.4%포인트 하락한 68.4%로 집계됐다. 병원에서 가격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비급여 진료를 늘려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흐름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건보공단은 “의원과 요양병원의 보장률은 통증·영양주사 등 주사료, 재활·물리 치료료, 투약 및 조제료 등 비급여 증가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 보장률은 2010년 63.6%, 2011년 63.0%, 2012년 62.5%, 2013년 62.0%, 2014년 63.2%, 2015년 63.4%, 2016년 62.6%, 2017년 62.7%, 2018년 63.8% 등으로 60% 초반대에 머물고 있다. 보장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80%에 크게 뒤처지자 정부는 보장률을 2022년까지 7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2017년부터 대책을 가동했다. 초음파, 자기공명영상진단(MRI) 등 의학적으로 필요한 비급여 3,800여개를 급여화하는 것이 골자로, 2022년까지 30조6,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그간 보장성 강화대책을 통해 우리 국민이 경감받은 의료비는 총 4조원으로, 아동·노인 등 의료취약계층에 대한 의료비 경감액이 1조4,000억원, 비급여의 급여화를 통한 비용 경감이 2조6,000억원이다. 하지만 지난해 보장률이 0.4%포인트 상승에 그치면서 목표인 70% 달성은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건보공단은 “보장률을 높이려면 MRI 등 의료적 필요성이 높고 가계 부담이 큰 비급여 항목을 지속적으로 급여화하고,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비급여 통증·영양주사, 도수치료, 물리치료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남규 건강보험정책연구원 의료보장연구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재활 및 물리치료 등 선택적인 속성이 강한 비급여가 증가해 비급여의 급여화정책 효과가 상쇄됐다”며 “의원급에서 발생하는 저가의 선택적 비급여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