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국내 접종이 내년 2·4분기에나 시작되고 확산세가 지금보다 더 커질 경우 내년 우리 경제가 올해에 이어 또다시 역성장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왔다. 백신 도입이 한 분기 늦어지며 확진자가 더 늘어나면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최대 230조 원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백신 조기 도입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종 병기인 셈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30일 ‘코로나19 백신 도입 지연의 경제적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백신 도입 전까지 일평균 확진자 수가 1,500명으로 지금보다 상황이 악화하고 백신 도입이 내년 2·4분기에 이뤄진다면 한국 경제는 그해 2.7%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경연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1.8%로 전제했는데 이런 시나리오대로라면 2년 연속 역성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올해 역성장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한다는 것은 기저 효과를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로 경제가 쪼그라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경연은 일평균 확진자 수가 337명 수준으로 통제되고 백신도 내년 1·4분기에 도입되는 ‘낙관’ 시나리오에서는 경제성장률이 3.4%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획재정부는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3.2%로 예상하고 있는데 한경연 전망대로라면 ‘낙관’ 시나리오에서나 달성 가능한 전망치인 셈이다.
한경연은 일평균 확진자가 1,200명 수준이더라도 백신이 1·4분기에 도입된다면 우리 경제는 0%대 성장해 역성장은 면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만약 일평균 확진자가 2,500명이 되고 백신도 2·4분기에 도입되는 최악의 상황이라면 내년 경제성장률은 -8.3%까지 추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경연은 백신이 도입되는 시기에 따른 GDP 손실 규모도 추정했다. 이에 따르면 백신 도입 시점이 1·4분기냐 2·4분기냐, 그리고 도입 전까지 얼마나 확산세를 통제하느냐에 따라 내년도 GDP가 적게는 53조 원, 많게는 230조 원까지 손해를 볼 것으로 분석됐다. 한경연은 “확진자 증가세 속에 백신 도입이 지연되는 것은 모든 경제주체의 경제활동을 제약해 전체 경제 시스템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