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니혼조선




지난해 11월 29일 일본 최대 조선사 이마바리조선이 2위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와 자본 제휴를 위한 합의서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마바리조선이 JMU의 증자에 참여해 최대 30%의 지분을 출자하고 합병한다는 내용이다. 당시 이마바리조선은 합병 배경을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결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일본 조선 업계는 위기의식이 컸다. 불과 사흘 전인 11월 26일에 중국 1·2위인 중국선박중공업집단(CSSC)과 중국선박공업집단(CSIC)이 통합한 중국선박그룹(CSG)이 공식 출범하고 앞서 3월에는 한국의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한국과 중국을 따라잡으려는 일본 조선 업계로서는 덩치를 키우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 중심에 선두 업체인 이마바리조선이 있다. 이마바리조선은 12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조선 회사다. 1901년 일본 남서부 에히메현 이마바리시에 설립된 조그만 선박 회사로 출발했다. 쇼이치 히카리 창업주 이래 2000년대 초까지 안정적 성장을 추구했지만 2005년 취임한 오너 3세 유키토 히카리 최고경영자(CEO)는 공격적으로 외형을 키웠다. 그의 취임 이후 이마바리조선에 흡수된 조선소만 5개에 달해 2016년 21% 수준이던 일본 조선 시장 점유율이 1년 만인 2017년에는 30%에 육박했을 정도다. JMU와의 합병은 세계 1위를 향한 유키토 CEO의 승부수다.


결합 절차를 마무리하고 내년 1월 1일 출범하는 합병사 ‘니혼조선’은 건조 능력이 지난해 기준 692만 톤에 이른다. 현대중공업 합병 법인(1,218만 톤), CSG(1,022만 톤)에 이어 세계 3위다. 일본 정부는 벌써 니혼조선에 1,000억 엔 지원을 추진하는 등 조선 강국 위상을 되찾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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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조선업 부활을 위해 민관이 함께 뛰고 있는데 우리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대우조선 인수에 완강히 반대하는 가운데 정부의 기업 결합 심사도 지체되고 있다. 한순간 방심하면 바로 경쟁에서 뒤처지는 게 글로벌 시장이다. 당국의 전향적인 기업 결합 심사와 노조의 협력이 필요한 때다.

/임석훈 논설위원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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