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연초부터 세계 미술계의 관심을 한국으로 향하게 할 광주비엔날레가 2월 26일 개막한다. 짝수해인 올해 9월 열릴 예정이었다가 팬데믹으로 인해 홀수해 봄으로 ‘연기’를 택한 제13회 광주비엔날레는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이라는 이름으로 전 지구적 생활 체계와 공동의 생존을 위한 예술적 실천을 이야기할 예정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이 주최하는 제11회 미디어시티비엔날레 역시 지난해에서 연기돼 내년 9월8일 막을 올릴 계획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아예 ‘코로나19 재난과 치유’라는 가제 아래 5월 서울관에서 열릴 대규모 기획전을 준비 중이다. 중세 유럽의 페스트가 르네상스의 서막을 열었듯 현대미술이 팬데믹을 어떻게 예술적으로 승화시킬지를 보여줄 예정이다. 더욱 기대되는 전시는 7월 덕수궁에서 열릴 소장품전이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공동으로 소장품 전시를 기획해 한국 미술의 전통과 현대를 펼쳐 보인다.
국내 최고의 사립 미술관임에도 ‘개점 휴업’ 상태이던 삼성미술관 리움이 내년 3월 재개관을 목표로 바삐 움직이고 있다는 희소식도 들린다. 가능성 있는 젊은 미술가를 선정, 지원하는 ‘아트스펙트럼’을 재가동하겠다는 계획은 미술관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려는 의지로 읽힌다. 리움은 지난 2017년 홍라희 관장이 물러난 후 관장 공석 상태로 상설전만 개최해 왔다. 현재는 차녀인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리움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코로나 타격이 컸던 대구·경북 지역을 대표하는 대구미술관은 내년에 10주년을 맞는다. 그 기념전 성격으로 한국 근대미술의 성지로서 대구의 1920~50년대를 조망하는 기획전 ‘때와 땅’은 격동의 시기에 예술가들이 보여준 시대 정신과 민족 인식을 이쾌대·이인성 등의 대표작가와 함께 보여준다. 대구미술관은 주제전 ‘대구포럼’을 신설하고, 실험미술과 개념미술이 테동한 1974년 대구현대미술제를 주목한 ‘Since 1974’를 첫 전시로 6월에 개최한다.
올해 위축됐던 ‘거장’들의 전시도 내년에 잇따라 열린다. ‘단색화’로 불리는 한국 모더니즘 회화의 대표 작가 정상화의 대규모 전시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5월에 개막하고, 박서보 개인전은 9~10월 국제갤러리에서 막을 올린다. 그보다 앞서 2월에는 유럽, 미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김민정이 갤러리현대에서 한지·먹·불을 사용한 신작을 선보인다.
1970년대를 달군 ‘실험미술’의 거장들도 만날 수 있다. 한국 실험미술의 새 움직임을 주도한 이강소의 대규모 개인전이 4월, 신체성과 미술의 본질을 물었던 이건용의 전시가 9월 갤러리현대에서 각각 열린다. 한국 여성주의 미술의 대가인 윤석남의 전시는 2월 학고재에서 개막한다. 개념미술가 안규철의 전시는 5월 국제갤러리로 예정돼 있다.
이 밖에 국제적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이불의 전시가 2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서정적 민중미술로 불리는 강요배 작가의 이인성미술상 수상기념 대규모 전시가 대구미술관에서 펼쳐진다. ‘국민화가’ 박수근의 전모를 살필 수 있는 전시도 예정돼 있다. 현대인의 일상을 동양화 기법으로 유쾌하게 표현하는 이왈종은 가나아트 나인원이에서 전시를 연다.
여행길이 꽉 막혀 아쉬움이 더 큰 해외미술 전시도 알차게 준비 중이다. 금기시되던 ‘호모에로티시즘’을 예술적 언어로 풀어낸 미국의 전설적 사진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 여성미술가라는 수식어를 떨치고 현대미술계의 가장 중요한 거장 중 하나가 된 프랑스의 루이스 부르주아, 현대인의 일상을 간략하지만 깊이있는 자신만의 조형어법으로 보여준 줄리안 오피의 전시가 국제갤러리에서 각각 열린다. 대구미술관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현대미술 컬렉션인 매그재단 소장품전을 대규모로 기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