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연말 잇따라 수주 ‘잭팟’을 터뜨린 국내 조선 업계가 2021년에 부활의 뱃고동을 울릴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선가 하락으로 인한 저가 수주 우려가 있는 가운데서도 내년에는 더 개선될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빅3 조선사는 올 4·4분기에만 130억 달러(약 14조 2,600억 원)을 수주했다. 3·4분기까지의 누적 수주액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삼성중공업(010140)의 수주 목표 달성률은 지난 11월까지만 해도 13%에 머물렀지만 한 달 만에 일감을 쓸어담으며 65%까지 올랐다.
조선소별로 한국조선해양(009540)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042660)의 올해 수주목표 달성률은 각각 91%, 65%, 75%로 집계됐다. 지난해 목표 달성률인 82%, 82%, 91%를 밑도는 성적이지만, 코로나 사태와 저유가 기조로 발주가 얼어붙은 가운데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선업계는 2021년 수주 여건이 전년보다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얼어붙었던 발주 시장이 환경 규제 등의 영향으로 풀릴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유럽연합(EU)은 2022년부터 해운사도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선주들은 기존 선박에 탈황 장치를 설치하거나 친환경인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도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노후선의 퇴출도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노후선의 폐선 증가와 교체투자 수요는 코로나 사태로 위축된 조선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단기적으로 선박의 친환경 고효율 성능이 생존을 좌우할 핵심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석유 연료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약 30% 적은 액화천연가스(LNG)연료추진선을 비롯해 온실가스가 배출되지 않는 바이오 연료와 암모니아 연료 등에 대한 연구개발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최근의 수주 부진에도 불구하고 규제효과로 약 1~2년 내 수주회복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2020년 연말에 잇따른 공격 수주로 인한 수익성 악화는 넘어야 할 산이다. 업계에선 공격 수주와 수익성 악화는 ‘동전의 양면’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공격 수주는 저가 수주를 동반할 수밖에 없고 저가 수주는 1~2년 뒤 배를 인도하는 시점에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조선소들의 저가 수주의 배경에는 ‘조선소를 돌리려면 일감부터 따야 한다’는 현실론이 자리 잡고 있다. 양종서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수주가 부진하면서 2022년 생산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었다”면서 “일감이 없어 도크를 놀리기보다 인건비 등 운영비라도 건지기 위해서는 공격 수주에 나설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