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4일 저탄소·친환경 고속열차인 ‘KTX-이음(EMU-260)’에 시승해 정식 운행을 하루 앞둔 중앙선 원주∼제천 복선전철 구간을 점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새해 첫 경제 일정으로 신설 역사인 강원도 원주역을 방문해 KTX-이음에 탑승했다. KTX-이음은 우리나라 최초의 동력분산식 고속열차다. 동력집중식 고속열차와 달리 열차를 끄는 힘을 발휘하는 동력장치가 전체 객차에 분산돼 있어 일부 장치 장애 시에도 안전 운행이 가능하다. 역 간 간격이 상대적으로 짧은 우리나라 노선에도 최적화됐다는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EMU-260 열차를 KTX-이음으로 명명했다. 한국철도공사에서 국민공모를 통해 선정된 이름으로 ‘사람과 사람, 지역과 지역을 잇고 국민에게 행복을 잇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
KTX-이음에는 ‘한국판 뉴딜’의 성과가 집대성 돼 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낮은 탄소배출량과 전력소비량으로 ‘그린 뉴딜’을 달성한 것이 첫 번째 성과다. 손병석 한국철도공사 사장은 KTX-이음 열차가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이 승용차의 15%, 디젤기관차(열차)의 70% 수준이며 전력소비량은 기존 KTX 대비 79% 수준이라고 소개했다. 향후 중앙선 외에 서해선, 경전선 등에서도 운행해 2024년까지 고속철도 서비스 지역을 전체 노선의 29%에서 52%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보고했다. 아울러 150㎞급·180㎞급 EMU 차량도 도입해 2029년까지 모든 여객 열차를 EMU 열차로 교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앙선 원주∼제천 복선전철 구간에는 사회기반시설(SOC) 디지털화를 위해 LTE 기반의 4세대 철도무선통신망인 ‘LTE-R’도 설치됐다. LTE-R은 100% 국내기술로 개발된 시스템을 적용한 것으로 고속·대용량으로 정보 전송이 가능하다. LTE 단말 기능에 무전 기능을 추가해 다자간 영상 및 음성통화가 가능하며 관제실, 선·후행 열차, 유관기관 등과 실시간 연계로 비상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
중앙선 원주~제천 구간 개통에 따른 KTX-이음 운행으로 중부 내륙 지역에도 고속철도 시대가 열리게 됐다. 중부 내륙 지역에는 무궁화, 새마을 등 일반열차(120∼150㎞/h)만 운행했었다. 특히 이번에 복선 전철화된 중앙선 원주~제천 구간으로 청량리~제천 간(1시간 45분→1시간 8분)에는 약 1시간대로 이용할 수 있으며 청량리~안동 구간(3시간 36분→2시간 3분)도 2시간 대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김상균 국가철도공단 이사장은 이번 사업으로 3조 1,739억 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2만6,142명의 고용유발 효과를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이어 2022년까지 중앙선 제천~안동~신경주, 동해선 신경주~부전 철도사업이 마무리되면 서울(청량리역)에서 부산(부전역)을 한 번에 잇는 간선철도망이 구축될 예정이라고 보고했다.
이번 중앙선 철도 복선화 사업은 역사적으로도 각별한 의미가 있다. 1941년 일제가 중앙선을 놓으면서 독립운동가의 산실인 안동 임청각(보물 182호)을 반토막 냈는데 철로를 철거해 임청각을 복원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첫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임청각처럼 독립운동을 기억할 수 있는 유적지는 모두 찾아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정부는 올 2월까지 기존 철로를 철거한 뒤 안동시 주도로 임청각 주변 정비 사업에 착수해 2025년에 온전한 모습으로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임청각 복원의 역사적 의미와 이를 통해 민족정기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문 대통령 옆 좌석에서 탑승한 이상룡 선생의 증손자 이항증씨는 “일제의 철도로 관통하게 놔둔 임청각이 복원되고 이제 우리의 고속철도가 놓인다니 80년 한이 풀린 것 같다”며 “민족정기를 되살리겠다는 약속을 지켜 주셔서 정말로 감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