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 사이만 놓고 보면 흡사 데뷔시즌을 연상 시킨다. 그만큼 에너지 넘치는 활동량을 보이고 있다. ‘달의 몰락’으로 신성처럼 가요계에 등장했던 가수 김현철 이야기다.
신호탄이 된 것은 제작년 11월에 낸 10집 앨범 ‘돛’. 2006년 9집 ‘Talk About Love’를 낸 이후 약 10년만에 내놓은 ‘발라드 왕자’의 귀환 작품이다.
작년 7월에 가수 폴킴과 함께 디지털 싱글 ‘선(線)’을 내놓은 데 이어 11월에는 정미조·주현미·최백호가 보컬로 참여한 미니앨범(EP) ‘브러시’(Brush)를 선보였다. 앞서 수 년 간은 MBC ‘복면가왕’ 등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경희대 포스트모던음악학과 교수로서 활동에만 치중했던 그다. 중장년 계층에서 폭넓은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김현철을 라이프점프가 전화 인터뷰했다.
-1년만에 다시 신규앨범을 내놓았다.
“제작년에 10집을 낼 무렵, 앞으로 음악을 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야 20년 안팎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올해 1969년생이다. 이젠 음악적으로 뭔가 떠오르는 대로 긁어서 음반을 내기도 바빠졌다고 할까. (하하)”
-미니앨범으로 낸 이유가 따로 있나.
“예전엔 ‘겨울에 발라드, 여름에 빠른 곡’이라는 식으로 시기나 여러 가지를 재면서 음악을 내놨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거 생각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소속사가 이번 앨범을 소개하기를 ‘어른의 목소리를 담았다’고 표현했다.
“보컬에 참여한 가수들의 면면이 그렇다. 앨범의 출발점이 된 곡인 ‘우리들의 이별’은 최백호님이 부르셨다. 이 곡은 10집에 실으려고 만들었는데 앨범의 방향성과 맞지 않아 빠졌던 곡이다. 원래 이 곡은 나의 3집 수록곡인 ‘언제나 그댈’을 리메이크로 부른 인디 포크 싱어송라이터 정밀아의 곡인데 내가 새롭게 작업했다.”
-‘우리들의 이별’은 일반적 이별 노래지만 최백호가 첫음절을 부르는 순간 ‘삶과의 이별’을 이야기하는 듯 하다.
“원곡을 듣는 순간 최백호님이 부르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1년여 전에 작업을 제의했는데 다행히 성사가 됐다. 누구나 자기의 생명이 다해가는 걸 알게 되는 순간, 우리는 어떤 말을 할까. 나는 ‘난 아직 이별이 힘들다’는 말을 했을 것 같다.
-정미조님의 참여는?
“최백호님과 함께 하기로 난 후 정미조님과 연락이 닿았다. 그가 프랑스어로 부른 ‘Ecoute, la pluie tombe’ 작업을 바로 시작했다. 20년 전에도 프랑스어로 부르면 좋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제야 성사됐다.”
-최백호님도 그렇지만 주현미님의 앨범참여는 더욱 화제가 됐는데.
“주현미님이 부른 타이틀 곡 ‘리마인드 웨딩’(Remind Wedding)은 ‘주현미 맞춤형’ 곡이다. 트로트 뿐만 아니라 팝 장르 곡도 멋지게 소화하셨다. 1절만 들었을 때 주현미님인지 몰랐다는 반응이 많았을 정도다.”
-당신이 부른 ‘너는 내겐’ 곡도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고 들었다.
“‘너는 내겐’은 30년 전 고등학교 친구들과 만든 스쿨 밴드 ‘아침향기’ 이름으로 만들어서 테이프에 녹음만 해 두고 상업적으로 발매하지 않았던 곡이다. 발매할 생각도 하지 않았던 곡인데 연륜 있는 뮤지션들과 함께 작업하는 김에 나도 옛날 노래를 해 보자는 생각으로 녹음했다.”
-10여년 간 뮤지션으로서 은둔(?) 생활을 하다가 다시 왕성한 활동을 시작하면서 오랜 팬들의 반가움이 더 큰 것 같다. 팬의 한 사람으로서 당신의 활약을 응원하고 싶다.
“고맙다. 다행히 아직도 음악이 재미있다. 2018년인가, 한 공연장에 젊은 뮤지션 죠지와 함께 서면서 음악을 다시 시작했다. 그때 ‘내가 찾아야 할 재미가 음악이구나’,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당연히 앞으로도 활발한 음악 작업을 할 계획이다. 이번에는 하나의 콘셉트를 잡아 앨범을 꾸렸지만, 앞으로는 자유롭게 작업해서 결과물을 내놓을 계획이다.”
-지난 10년 간의 아쉬움을 풀기 위한 것인가?
“(하하) 그럴 수도 있겠다.”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