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 업계가 새해 벽두부터 대규모 수주에 성공했다. 한국이 강점을 지닌 고부가가치 선종인 액화천연가스(LNG) 선박들이 일찌감치 발주되면서 국내 조선업에는 오랜 불황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환경 규제 강화에 따른 신규 선박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5일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009540)은 최근 아시아 소재 선사와 1만 5,000TEU급 LNG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6척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금액은 약 9,000억 원이다. 이번에 수주한 선박은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4척, 전남 영암의 현대삼호중공업에서 2척씩 건조돼 오는 2023년 상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선주사에 인도될 예정이다. 이 선박들에는 1회 충전만으로 아시아와 유럽 항로를 왕복 운항할 수 있는 대형 LNG 연료 탱크가 탑재될 예정이다.
같은 날 삼성중공업(010140)은 글로벌 해운사인 팬오션으로부터 1,993억 원 규모의 17만 4,000㎥급 LNG 운반선 1척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이 선박은 2023년 4월까지 인도될 예정이다. 이번에 수주한 선박은 최신 멤브레인(Mark-Ⅲ Flex) 타입 화물창에 재액화 시스템이 장착돼 화물량 손실을 최소화했다.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 및 선박평형수처리장치(BWTS) 등도 탑재했다. 삼성중공업의 스마트십 솔루션인 에스베슬(SVESSEL)도 장착됐다.
국내 조선 업계는 지난해 말부터 수주 잭팟을 이어가고 있다. 빅3 조선사는 지난해 4·4분기에만 130억 달러(약 14조 2,600억 원)를 수주했다. 3·4분기까지의 누적 수주액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전 세계 선박 발주 1,924만CGT 중 우리나라는 819만CGT를 수주해 3년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조선 업계는 올해 수주 여건이 지난해보다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얼어붙었던 발주 시장이 환경 규제 등의 영향으로 풀릴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유럽연합(EU)은 2022년부터 해운사도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선주들은 기존 선박에 탈황 장치를 설치하거나 친환경인 LNG 선박 도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클락슨은 지난해 9월 발표한 ‘클락슨 포캐스트 클럽’에서 코로나19의 여파로 침체된 컨테이너선 발주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빠르게 회복돼 올해 187척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조선 업황이 회복세에 들면서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조선 부문 수주 목표를 전년 110억 달러에서 149억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