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아동이 양부모의 학대 끝에 숨진 ‘정인이 사건’에 대한 국민적인 공분이 일자 정치권은 제2의 정인(가명) 양을 막기 위한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다만 국회의원들이 경찰·사회복지 행정 체계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문제를 단순히 ‘징벌 강화’라는 방법으로 풀려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아동 학대 정황이 드러나더라도 사건화되지 않거나 가해 부모를 격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형량만 높이는 방안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아동 학대 치사에 대한 처벌 수준을 현행 5년에서 2배 높이고 아동 학대범의 신상을 공개하는 내용의 ‘아동학대무관용법’을 발의했다. 노 의원은 “정인이 같은 사례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기 위해 아동 학대에 대해서만큼은 철저히 무관용으로 가중 처벌하고, 가해자 신상을 공개하는 등 확실한 방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병욱·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은 검찰에 “아동 학대 치사죄로 기소돼 있는 (정인 양 양부모의) 공소장을 변경해 살인죄로 처벌할 것을 다시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양형 강화가 아동 학대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서혜진 한국여성변호사협회 인권이사는 “임기응변으로 대처하기 쉬운 게 그 죄의 법정형이나 처벌 형량 강화인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짚었다. 그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아동 학대 전담 공무원들이 예민하게 사건을 바라보고 행정력을 적극 동원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전담 공무원들에게 개입 권한을 높이고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서영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은 시스템 개선에 초점을 맞춘 ‘아동 학대 방지 3법(아동복지법 및 아동학대범죄처벌특례법)’ 통과를 촉구했다. 국회에 계류 중인 이 법은 경찰이 아동 학대를 인지한 후 아동 학대 전담 공무원이 후속 조치를 취하기에는 ‘3일’의 응급 조치 기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수용해 이를 7일로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또 아동 학대가 발생하더라도 피해 아동을 신속히 가정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규정을 삭제하고 전문 기관과 보호시설에서 지낼 수 있도록 했다. 경찰이나 전담 공무원이 아동 학대가 벌어지는 장소뿐만 아니라 병원이나 보호기관에서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도 추가했다. 여야는 오는 8일 본회의에서 아동 학대 방지 법안들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