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가 5일 화상회의를 열고 오는 2월과 3월에 소폭 증산하기로 합의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OPEC+ 석유장관들은 전날에 이어 이날 2, 3월 산유량 결정을 위한 회의를 열고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에만 증산을 허용함으로써 전체 산유량을 소폭 늘리기로 합의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이를 통해 현재 하루 720만 배럴인 감산 규모(2018년 10월 산유량 대비)는 2월에는 712만5,000배럴, 3월에는 705만배럴로 축소된다고 OPEC+는 설명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은 각각 2, 3월에 하루 6만5,000배럴과 1만배럴씩 증산하기로 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자발적으로 추가 감산하기로 했다. 사우디 에너지장관인 압둘아지즈 빈 살만 왕자는 이날 사우디가 2, 3월 하루에 100만 배럴씩 추가로 감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우디의 감산 결정이 자국 경제와 원유 시장을 지원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4월 이후 산유량 결정을 위한 다음 화상회의는 오는 3월 4일 개최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석유 장관들은 전날 회의에서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이 2월에도 1월과 마찬가지로 하루 50만 배럴 증산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편 데 반해 다른 산유국들이 현재의 하루 720만 배럴 감산 수준을 2월에도 유지해야 한다고 맞서면서 합의를 이루지 못했었다.
OPEC+ 석유장관들은 지난해 12월 3일 회의에서 올해 1월 산유량을 당시 수준보다 50만 배럴 많은 하루 720만 배럴로 늘리기로 합의하고 1월부터 매월 회의를 열어 그다음 달 생산량을 결정하기로 한 바 있다. OPEC+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수요 감소 등에 대한 대책으로 지난해 4월 합의한 감산 계획에 따라 하루 970만 배럴 감산에 들어갔다. 이후 지난해 8월 감산량을 하루 770만 배럴로 줄였고, 올해 1월부터는 하루 580만 배럴로 축소할 계획이었다. 단계적 증산을 통해 감산 규모를 점진적으로 완화해 나가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지난 12월 회의에서 아직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수요 감소 추세가 크게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올해 1월부터 한꺼번에 하루 200만 배럴 가까이 늘리는 것은 과잉 공급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해 소규모인 50만 배럴 증산으로 타협책을 찾았다. 이에 따라 OPEC+는 올 1월 감산 규모를 기존 하루 770만 배럴에서 720만 배럴로 줄이기로 했었다.
국제 유가는 5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자발적 감산 소식에 큰 폭으로 급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4.9%(2.31달러) 뛴 49.9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가로는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50달러선을 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