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원 동전은 내 것이 아닌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비록 기부 액수가 많지는 않지만 불우한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연탄 한 장, 쌀 한 봉지를 줄 수 있어 행복합니다.”
충북 영동군 전통시장에서 풀빵을 팔면서 받은 500원 동전을 모아 19년째 이웃을 위해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이문희(63·사진) 씨는 “기부액이 적다”며 오히려 미안해했다. 이 씨는 지난 2020년 세밑에도 어김없이 영동군 양강면사무소에 들러 32만 3,000원을 기부했다.
그는 6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매년 해왔던 대로 50만 원 정도는 기부하고 싶었지만 지난해 형편이 좋지 않아 모은 돈에 10만 원을 더 보태 마음을 전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남편과 함께 밭농사와 과수원에서 복숭아를 키우고 있지만 가계에 보탬이 되기 위해 2000년부터 풀빵 장사를 시작했고 2002년부터 돼지저금통을 연말에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했다. 500원 동전을 1년 동안 꼬박 모아 꽉 찬 돼지저금통은 평균 50만 원 정도. 이렇게 19년 동안 이 씨가 기부한 돈은 약 1,000만 원에 달하고 이 돈으로 소외 계층 160여 가구에 쌀·난방유 등이 전달됐다.
이 씨는 “서민들을 대상으로 장사하면서 나보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예상보다 많은 것을 깨달았고 이들을 위해 조금만 베풀어 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했다”며 “장사하는 동안 500원 동전은 절대 써본 일이 없고 내 것이 아니라고 다짐하니 잘 모였다”고 말했다.
어릴 적 가난이 그의 선행을 이끌었다. 소녀 가장이었던 그는 끼니 걱정을 해야 할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다. 그는 “밥 먹고 살게 되면 어려운 사람을 돕겠다는 생각을 처음 가졌다”며 “하지만 막상 가계를 꾸려나가는 데 여유가 없었고 결국 매일 들어오는 수입 중 일부라도 모아 기부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결혼 40주년을 맞은 이 씨는 신혼 때부터 남편과 함께 양강면 일대 불모지를 일구며 생계를 꾸려왔다. 밭농사만 하다가 8년 전부터 과수원도 운영하고 있는데 지난해 이상기온으로 수확량이 절반으로 줄어 큰 타격을 입었다. 20여 년간 해온 풀빵 판매도 천식 등 건강 이상으로 지난해 8월 자신보다 형편이 더 어려운 상인에게 넘겼다.
그는 “가계 사정이 나아지지 않지만 그래도 형편대로 모아 기부를 이어가고 싶다”며 “조그만 정성으로 다른 사람들의 기부 동참을 이끌어내는 것도 기쁜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김장 김치 나눔 행사에 참여하고 수해 지역에 익명으로 라면 등을 보내기도 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지난해 행정안전부의 ‘국민추천포상’ 수상자로 선정돼 국민포장을 받았다. 선한 영향력을 받은 막내딸도 정기적 나눔에 동참하고 최근 자녀 돌잔치 축하금 일부를 기부하기도 했다.
그는 “기부가 습관이 되면 마음이 부자가 된다”며 “약간의 여유가 있다면 추운 겨울이 더욱 힘든 이웃을 위해 아주 작은 나눔을 실천해보라고 권하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