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경제단체 "사업하기 두려워...반복 사망사고로 처벌 제한해야"

■중대재해법 법안소위 심사

동네 목욕탕까지 중대재해에 넣더니

결국 소상공인 반발에 대상에서 빼

지자체장 등 공무원 처벌 제외 여부

300인미만 사업장 2년유예 조율

대기업·경영진만 처벌 가능성 커

과잉 입법에 결국 '누더기' 논란도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등 10개 경제단체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대한 경제계 최종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손경식(왼쪽부터)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김상수 대한건설협회, 김영윤 대한전문건설협회 회장 /권욱기자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등 10개 경제단체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대한 경제계 최종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손경식(왼쪽부터)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김상수 대한건설협회, 김영윤 대한전문건설협회 회장 /권욱기자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10인 미만이 근무하는 소상공인 사업장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애초에 법이 ‘과잉 입법’됐다는 논란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중대재해법은 지난해 산업 현장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할 때 사업주를 최대 7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됐다. 산업 안전 사고를 막자는 취지로 시작해놓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까지 처벌 대상으로 거론되면서 커다란 반발이 일었고, 결국 후속 논의 과정에서 ‘누더기 입법’ 논란을 빚고 있다.


실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초 발의한 중대재해법에는 ‘다중 이용 업소의 안전 관리에 관한 특별법’으로 정하는 영업장까지 포함했다. 이는 음식점과 노래방·PC방·목욕탕 등 소상공인 또는 영세 자영업자의 사업장까지 처벌 대상에 두는 법이다. 이 법은 사업장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를 처벌하는 하한선을 징역 2년 이상으로 명시했다. 이 때문이 야당 법사위 간사인 김도읍 의원이 공개적으로 “영세 자영업자를 범법자로 만든다”며 반발한 바 있다.

법사위 심사 과정에서 과잉 입법 조항이 완화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국민의힘이 발의한 법안에는 사망 사고 시 사업주를 최하 징역 5년에 처하는 내용이 담겼었다. 이는 형법상 강력범죄에 준하는 처벌이다. 경영계에서는 “기업가를 잠재적 살인자로 보고 있다”고 반발했다.



중대재해법이 처벌 대상을 ‘경영 책임자’로 명시한 것도 문제였다. 이 경우 기업 대표가 안전 관련 시설 투자와 교육 등 의무를 다하더라도 사고가 발생하면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법사위는 이 같은 조항이 무리하다고 보고 처벌 하한을 징역 1년 이상, 처벌 대상 범위를 경영 책임자 외에 사업 대표와 총괄 책임자 또는 안전보건 업무 담당자로 확대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부가 나서 “공무원의 책임 조항을 빼달라”는 요구가 나오며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법에는 중대 재해가 발생하면 관련 중앙행정기관장과 지방자치단체장 등 공무원의 책임을 묻는 ‘공무원 처벌 특례조항’이 있다. 정부의 요구가 관철돼 공무원 처벌 조항이 빠지면 법은 말 그대로 ‘누더기’가 된다. 또 법 적용을 50인 미만 사업장은 4년 유예, 300인 미만 사업장은 2년 유예하는 방안도 조율 중이다. 소상공인과 공무원이 처벌에서 제외되고 중소기업에 대한 적용이 유예되면 이 법은 대형 사업장인 대기업과 경영진만 처벌 대상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우려가 커지자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10개 경제 단체는 유감을 표하고 보완을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대재해법 제정에 대한 경영계 마지막 읍소’라는 공동 입장문을 내고 “경영계가 중대재해법 제정 중단을 수차례 호소해왔지만 여야가 제정에 합의한 것에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기업들이 경영난을 수습하기에도 벅찬 상황에서 중대재해법 제정 추진으로 기업들의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법 보완 사항으로 △사업주 징역 하한 규정 삭제 △처벌 기준을 ‘반복적인 사망 사고’로 제한 △의무 기준 이행 시 면책 등을 요구했다. 앞서 전날 여야는 사망 사고 발생 시 경영 책임자에게 징역 1년 이상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형을 부과하는 안에 합의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99%의 오너가 대표인 중소기업의 현실을 고려해 최소한 기업이 현장에서 미래에 대한 두려움 없이 사업할 수 있도록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경우·김혜린·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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