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감과 유동성에 의한 물가 상승 압력으로 유가는 물론 산업용 원자재, 대두 등 농산물 가격까지 급등하는 상황에서 주식시장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철강·구리 값 상승은 관련 기업들의 주가를 대폭 끌어올렸지만 곡물 값이 오르면 원가가 올라가는 음식료 기업의 주가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8일 코스콤과 한국자원정보서비스 등에 따르면 지난 6일(현지 시간) 기준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구리 가격은 톤당 8,129.5달러를 기록해 8,000달러 선을 넘어섰다. 약 두 달 전인 11월 초와 비교해 20% 이상 오른 수치다. 금융 투자 업계는 최근 경기회복 기대감에 따른 산업 활동 재개 등으로 올해 상반기 구리 가격이 톤당 9,00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철강 가격 역시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글로벌 철광석 가격은 지난 1일 기준 톤당 161.8달러로 두 달여 전인 11월 초 대비 37%나 급증했다. 이는 미국·유럽의 철강 설비 가동률 회복 속도에 비해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의 증가 속도가 더 빨라 빚어진 수급의 불균형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산업용 원자재 가격 상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위축됐던 경기가 회복세로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해석되며 관련 기업들의 주가까지 끌어올렸다. 인프라 건설 등 산업 활동이 재개되면 수요가 늘고 철강값이 더 올라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리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실제로 현대제철(004020)과 POSCO(005490) 등은 올해 들어 5거래일 동안에만 각각 18.1%, 8.3%씩 주가가 상승했다. 구리 값에 영향을 받는 풍산(103140)과 LS(006260) 역시 같은 기간 각각 11.8%와 9.9% 올랐다. 최근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50달러를 돌파하자 S-Oil과 GS 등 정유주도 올 들어 8.7%, 10.8%씩 상승하며 간만에 화색이 돈 모습이다.
반면 음식료 기업들의 경우 대두·옥수수 등 곡물 값 상승이 악재로 작용했다. 국내 음식료 기업들의 원가 경쟁력을 훼손하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옥수수·소맥·대두·원당의 평균 가격은 지난해 상반기 말 대비 각각 45%, 33%, 53%, 36% 상승했다. 대두 값에 영향을 받는 샘표(007540)의 경우 새해 들어 코스피가 3,000을 돌파한 상황에서도 주가가 1.5% 상승하는 데 그쳤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제 곡물 가격이 원화 강세폭 이상으로 뛰어오르며 국내 음식료 기업들의 원가 부담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며 “제품 가격 인상으로 원가 부담을 해소해야만 하지만 실물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 이상 이는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곡물 가격 상승세가 지속하고 실물 경기가 회복되는 하반기 즈음에는 제품가를 본격적으로 올릴 수 있어 실적이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