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인물·화제

2만년 전 빙하기 때 인간이 남긴 살코기, 늑대를 개로 바꿨다?

핀란드식품국 연구팀 결과..."인간, 겨울철 칼로리 절반만 단백질로"

"해당 시기 유라시아 지역 잉여 단백질 가져...늑대와 공생 촉진"

시베리안 허스키./타스 연합뉴스시베리안 허스키./타스 연합뉴스




약 2만년 전 마지막 빙하기 말기의 혹독한 추위 속에 인간이 남긴 살코기가 늑대를 개로 바꾸는 가축화의 출발점이 됐을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네이처와 외신 등에 따르면 핀란드식품국의 고고학자 마리아 라흐티넨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약 2만9,000~1만4,000년 전 인간이 사냥해 잡은 동물의 고기를 다 섭취하지 못하고 남길 수밖에 없었던 점을 토대로 이런 가설을 제시했다. 인간은 간(肝)의 단백질 대사 능력 한계로 단백질로 된 살코기만 섭취할 수는 없어 살코기 부위가 남게되고, 동굴에 데리고 있던 늑대 새끼의 차지가 되면서 인간과 가까워지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개는 인간이 가축화한 최초의 동물이지만 늑대가 언제, 어떻게 가축화 과정을 거쳐 개가 됐는지는 확실치 않다. 수렵채집 이동 생활을 하던 선사 인류가 남긴 주변 쓰레기를 뒤지며 살다가 인간과 가까워졌다는 설에서 늑대 굴에서 새끼를 데려와 기르는 과정에서 가축화됐다는 주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가설이 제기돼 있다.



연구팀은 추위가 닥쳐 사냥에만 의존해야 할 때 인간과 늑대가 섭취할 수 있는 동물 고기의 종류가 다르다는 식량자원 분할론에서 가축화의 단서를 찾고있다. 선사시대 인류는 현대의 북극 주변 사냥꾼과 마찬가지로 필요한 칼로리의 45%만 동물성 단백질로 섭취할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나머진 식물 등을 통해 탄수화물로 채우는데 겨울에는 채집 활동을 못해 지방 위주로 고기를 섭취해 사슴이나 말 등 큰 사냥감을 잡으면 단백질로 된 살코기가 남을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늑대는 인간과 소화 체계가 달라 잉여 살코기만 먹고도 몇 개월씩 버틸 수 있었다. 인간과 늑대 모두 무리를 지어 큰 동물을 사냥하면서 사냥감이 일부 겹치고, 서로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관계였지만, 연구팀은 이런 식량자원 분할이 초기 가축화 과정에서 경쟁적 관계를 완화한 것으로 분석했다. 인간과 늑대가 먹잇감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했다면 늑대를 가축화하기보다는 잡아서 죽였을 것으로 봤다.

연구팀은 초기의 개 유해가 나온 마지막 빙하기 말기의 유적들이 모두 북극 주변과 비슷한 추위를 보였던 곳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 시기 유라시아 지역의 선사 인류는 겨울철에 초기 개에게 나눠줄 수 있는 잉여 동물성 단백질을 가졌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인간이 잉여 살코기를 늑대에게 던져 준 것이 인간과 늑대의 공생을 촉진했을 수 있으며, 이렇게 길들인 늑대가 사냥이나 동굴 주변을 지키는 데 이용되면서 가축화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를 통해 발표됐다.

늑대와 인간이 공생하는 영화의 한 장면./네이버영화 캡처늑대와 인간이 공생하는 영화의 한 장면./네이버영화 캡처


/지웅배 인턴기자 sedation123@sedaily.com


지웅배 인턴기자 sedation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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