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어려운 시기에는 중소기업 대표 퇴직연금도 사용할 수 있게 해주세요."
지난 해 12월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서울 종로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대표라고 밝힌 한 청원인의 글이다.
사연은 이렇다. 이 청원인은 작년 신종 코로나바이러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로 직원 월급부터 운영비, 금융비용까지 고정 지출 감당이 어려운 상황이다. 내수는 얼어붙었고, 미국, 유럽 수출길도 끊겼다. 이 청원인은 "1년째 이런 상황이 이어진 탓에 경영상황이 암담하다"며 "금융기관에서 끌어올 수 있는 자금은 다 받았다"고 전했다.
이 청원인은 궁여지책으로 자신의 대표이사 퇴직금을 운영자금으로 사용하려고 했지만, 이마저 막혔다. 이 회사는 임직원의 퇴직금을 은행에 연금 형태로 예치하고 있어서다. 이 청원은인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오너인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것은 곧 회사 폐업을 뜻한다. 이 청원인은 "퇴직금의 본래 취지에 어긋나는 것을 안다"면서도 "이렇게 기업이 살아보려고 할 때 대표 퇴직연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회사가 살아야 직원도 생계를 유지하고 직원들의 가족도 생활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행제도로는 이 청원인은 대표직을 내려놓지 않으면, 퇴직연금을 사용할 수 없다. 퇴직금 제도는 직원에게 맞춰졌고 직원들도 중간정산을 받으려면 제약이 많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르면 무주택주자인 근로자가 본인 명의로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근로자 6개월 이상 요양을 할 경우, 근로자의 퇴직금이 근로시간 단축으로 감소하는 경우 등으로 한정됐다.
지난 해 중소기업 경영은 코로나19 사태로 악화일로다. 중소기업의 휴·폐업 추이를 가늠할 수 있는 법인 파산 건수는 지난 해 상반기 552건으로 2019년 상반기 485건 대비 14% 증가했다. 2019년 법인 파산은 931건으로 5년 만에 최대였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자신의 퇴직연금이라도 깨 회사를 살리겠다는 사례는 처음 접한다"며 "그만큼 중소기업 경영 상황이 너무 힘들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