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비공개 회동을 예고했다. 4월 서울·부산시장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18일 전에 야권단일화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로 예상된다. 이번 만남은 오 전 시장이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안 대표측과 오 전 시장 측이 비공개 회동을 위해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안 대표 측은 언론에 “입당에 대한 결정을 요구하겠지만, 만나자는 제안까지 거부할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회동은 이르면 이번 주에 이뤄진다. 오 전 시장은 구체적인 일정을 함구했지만 “조만간 만남을 약조했다”고 확인했다.
앞서 오 전 시장이 안 대표를 향해 국민의힘 입당을 통한 야권단일화를 요구하며 “입당하지 않으면 출마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시한을 후보등록 개시 전일인 17일까지로 못 박았다.
당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외부인사가 입당해 경선하면 예비경선을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안 대표가 입당 의사를 밝히면 이달 중순 예정된 전국위원회에서 당헌당규를 개정해 이 같은 내용을 반영할 전망이다.
다만 두 사람의 회동에도 안 대표가 기존 입장을 바꿔 국민의힘에 입당할 가능성은 낮다. 안 대표는 이날도 언론 인터뷰에서 입당을 요구하는 국민의힘에 대해 “너무 근시안적으로, 너무 협소하게 (선거를)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면서 “의원 수 몇 명 대 몇 명이니까 어떻게 하라는 것은 오히려 지지하시는 국민들을 하나로 모으기 힘든 사고방식”이라고 꼬집었다. 안 대표 측은 특히 국민의힘에 입당할 경우 10년간 지켜온 정치적 ‘중도’의 정체성이 희석되고 기존 지지층이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대표와 오 전 시장의 협상이 최종 결렬될 경우 야권 서울시장 후보는 이른바 ‘결자해지’ 구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에 이어 오 전 시장, 나경원 전 의원까지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기 때문이다. 아직 출마 선언을 하지 않은 나 전 의원은 18일 후보등록 전에 출마 선언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모두 ‘박원순 시정 10년’의 태동에 책임이 있는 인물들이다. 오 전 시장은 2011년 무상급식 투표로 시장직을 던지면서 박 전 시장이 당선할 길을 연 ‘원죄’가 있다. 이후 10년간 인구 1,000만 명의 서울시장을 민주당에게 넘겨줬다. 또 안 대표는 당시 단일화 후보를 박 전 시장에게 양보하면서 당선에 일조했다. 나 전 의원은 당시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 후보로 나서 박 전 시장과 선거에서 맞붙어 패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