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정인이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 지난 8일 국회가 아동학대범죄 처벌특례법 개정안을 입법처리하면서 후속 이슈들이 남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법 개정을 통해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형량을 강화했지만 그에 앞서 아동 학대를 최대한 예방하고 혹시라도 발생할 경우 피해가 커지기 전에 초기에 문제를 해소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확충해야 하는 일이 남았다.
개정 아동학대법은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의 신고가 접수되는 즉시 수사기관이 수사에 착수하도록 의무화했다. 또한 사법경찰관과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은 현장출동 조사 결과 등을 공유하고, 이들의 현장조사를 위한 출입 가능 장소를 ‘피해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장소’로 규정하도록 명시했다. 아울러 아동학대 행위자와 피해 아동을 분리해 조사하도록 하고, 응급조치가 필요할 경우 사법경찰관이 아동학대자의 주거지나 자동차 등에 출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업무수행을 방해할 시 법정형은 강화돼 기존의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에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로 변경됐다.
이에 대해 아동학대 문제 전문가들은 법 안착을 위한 후속 조치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법 자체가 현장에서 잘 적용되지 않으면 아무리 입법을 강화해도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기존 법에서 이미 명시한 현장의 전문인력 확충과 시설 확대조차 미흡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내 아동학대 사건 접수 규모는 한해 2만건을 넘어선 상태인 반면 해당 문제를 전담할 공무원은 전국에 200여명에 불과하다. 단순 산술로 보면 1인당 한해 약 100건 가량의 신규 신고를 처리해야 한다.
개정 법은 피해 아동을 학대 행위자와 분리해 조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긴 했으나 분리 조사시 해당 아동의 심리적 불안을 해소해주기 위한 세부적인 방안이 후속 법령이나 지침 등을 통해 세부화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모가 가해자일 경우 피해 아동은 한동안 자택을 떠나 있을 수밖에 없는데 해당 기간 동안 아이를 맡아줄 친인척 등이 마땅치 않을 경우 등에 대해 자세한 메뉴얼이 마련돼야 한다.
이번 정인이 사건 때와 같이 아이가 학대를 받아 신고를 해도 조사·수사를 하고 아이를 보호해야 할 기관들이 서로 책임을 떠미루다가 구명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친 것도 후속으로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입양기관과 아동보호전문기관, 경찰, 지방자치단체, 응급의료기관 등이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사태 발생시 신속하고 일목요연하게 처리할 수 있는 협력·지휘체계를 수립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게 아동문제 전문가들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