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핵 잠수함 도입, 미사일 사거리 연장 등 고슴도치 전략 펴야"

[외교안보 전문가가 본 '북한 8차 당대회']

훈련 중단하면 文정부-바이든 행정부 충돌 가능성

공고한 한미 방위체제로 협상테이블로 北 끌어내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일 핵추진 잠수함 개발이 이뤄지고 있음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북한조선중앙TV가 지난 2019년 7월 김 위원장이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시찰했다고 보도하면서 공개한 잠수함 모습. 잠수함에서 SLBM 발사관이 위치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붉은 원)과 함교탑 위 레이더와 잠망경 등이 위치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파란 원)을 각각 모자이크 처리했다./연합뉴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일 핵추진 잠수함 개발이 이뤄지고 있음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북한조선중앙TV가 지난 2019년 7월 김 위원장이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시찰했다고 보도하면서 공개한 잠수함 모습. 잠수함에서 SLBM 발사관이 위치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붉은 원)과 함교탑 위 레이더와 잠망경 등이 위치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파란 원)을 각각 모자이크 처리했다./연합뉴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북한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한미 연합 훈련 중단’이라는 카드를 제시한 것은 한미 공조를 흔들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임기 말 북한과의 대화 흐름을 만들고자 하는 문재인 정부가 훈련 중단을 주장할 경우 ‘동맹 재구축’을 기치로 내건 바이든 행정부와 충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이 연합 훈련을 재개하더라도 북한은 이를 핵전력 강화의 명분으로 삼을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북한이 짜놓은 덫에 걸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는 ‘전략적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물 샐 틈 없는 대북 제재 공조를 갖춰 북한을 협상장으로 이끌어내야 한다는 진단이다.


북한이 핵 추진 잠수함 도입을 공식화하는 등 핵전력을 전격적으로 강화한 데 대해서도 “우리 군의 대응이 너무 안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이 핵에 이어 핵잠수함이라는 또 하나의 비대칭 무기를 손에 쥔 반면 우리 군에는 대응 카드가 없다는 것이다. 오는 2030년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경항공모함보다는 핵잠수함 전력을 갖추는 것이 대북 전력에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의 ‘한미 연합 훈련 중단’ 요구를 “한미 간 갈등을 노린 이간 전략”이라고 진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비용 문제와 북미 관계를 이유로 들어 한미 연합 훈련을 중단하거나 축소하는 데 동의했다. 그러나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동맹 강화’에 방점을 찍고 있는 만큼 연합 훈련을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문 센터장은 “임기 말 대북 성과를 내고자 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요구에 흔들리면 한미 간 균열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이 요구하는 조건을 수용할 경우 더 나빠진 협상 조건에서 북한을 상대할 수밖에 없다”며 “전략적 상황을 만들어 북한을 대화로 끄집어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북한의 대중 무역 수출량이 급감한 상황에서 더 강한 제재를 가할 경우 북한이 협상장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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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미국을 향해 내세운 ‘강(强) 대 강, 선(善) 대 선’ 원칙은 한미 연합 훈련이 재개될 경우 고강도 도발이나 핵전력 강화를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번 당대회를 통해 핵 추진 잠수함 도입을 공식화했고 군사 정찰위성 확보 의지도 드러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군사 정찰위성을 발사하겠다고 하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을 감행하겠다는 예고로 볼 수 있다”며 “단순한 무력 충돌이 핵전으로 확전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기존 핵미사일에 더해 핵 추진 잠수함까지 갖추며 ‘비대칭 전력’을 극대화하자 우리 군도 대응 전력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핵 추진 잠수함을 통한 맞불 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잠수함 전문가인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대외협력국장은 “우리가 북한의 핵잠수함을 막기 위한 능력을 독자적으로 갖기 위해서는 우리도 핵잠수함을 가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우리 정부는 노무현 정부 당시 핵 추진 잠수함을 전력화하고자 했지만 미국의 제지로 이를 중단했다. 문 국장은 “우리가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 국가인 만큼 우라늄의 군사적 사용을 제지하는 국제 규정에 걸리지만 우라늄 농축도가 20% 미만인 추진체를 사용할 경우 법적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우리 군이 2030년 도입하고자 하는 경항공모함이 대북 전력으로서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북한의 핵잠수함을 잡아낼 수 없을뿐더러 오히려 움직이는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의 한 의원은 경항모 사업에 대해 “북한의 핵미사일이나 잠수함 전력을 상시 탐지하고 유사시 타격할 수 있는 역량 강화가 시급한데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는 쓸모도 없는 경항모사업에 수조 원 이상 국방예산을 낭비하게 생겼다”고 성토했다.

따라서 국방 전문가들은 우리를 공격하는 상대가 우리의 타격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고슴도치 전략’을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사일 사거리 제한의 해제와 핵잠수함 도입 등 비대칭 전력 구축이 그 방안으로 거론된다. 문 센터장은 “미사일 사거리 제한을 해제해 우리에게 불리한 부분들은 해소하는 등 전쟁 억제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인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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