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제조업 위축에 코로나 한파까지…공장 수 15년만에 줄었다

작년 상반기 등록수 19만3,582곳

통계 후 증가세 유지하다 첫 감소

주52시간 시행으로 인건비 급증에

산안법 강화·코로나로 '경영 위기'

"중기 일자리 비상…올핸 더 힘들것"


전국에 산재한 공장 등록 건수가 지난해 15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수년간 누적된 주력산업의 악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업종별로 성장과 도태가 확연하게 갈리는 'K자형 양극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산업 생태계의 밑동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일자리 중 83%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일자리에도 적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다.





10일 서울경제가 한국산업단지공단과 통계청의 '전국 공장 등록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상반기 지방자치단체 등에 공장을 등록한 건수는 19만 3,582개로 2019년 하반기(19만 4,504개) 대비 922곳(0.5%) 감소했다. 2006년부터 매년 반기 증감률로 발표되는 이 국가 통계에서 감소세가 나타나기는 15년 만에 처음이다.



그동안 추이를 보면 2006년 11만178개였던 전국 공장은 2010년 하반기 14만개를 넘었고, 2018년 하반기 19만개를 돌파하는 등 증가세를 유지해왔다. 반기 별로는 1,000~2,000개씩 늘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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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공장 증가세를 고려해도 공장 등록이 줄어든 상황은 이례적이다. 지난해 상반기에 전국 신규 등록 공장은 8,078개(산단공 추정치)다. 직전 반기(7,043개) 대비 14.7% 증가했다. 최근 3년 간 신규 등록 공장은 반기 평균으로 7,667개였다.
이 때문에 공장 등록 감소의 직접적인 이유로는 경영이 힘들어진 공장의 휴·폐업이 늘어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공식적인 공장 휴·폐업 통계는 없지만 중소기업의 휴·폐업 추이를 가늠할 수 있는 법인 파산 건수는 지난해 상반기 552건으로 전년동기 대비 14% 증가했다. 2019년 총 법인 파산이 931건으로 5년 만에 최대였음에도 상반기 기준으로 보면 2020년이 더 안 좋았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주당 52시간 근로제 시행, 산업안전보건법 강화 등 기업 경영 환경을 어렵게 하는 각종 규제가 쌓인 것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은 "몇 년 전부터 시작된 제조업 위축 속도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더 빨라진 것 같다"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산업 활력이 떨어지고 기업 근로자의 일자리 문제가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전망이 더 안 좋다는 점. 올해 공장 수가 더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원리금 상환 유예가 오는 3월말 종료된다. 1월부터 50~299인 기업에 주당 52시간 근로제가 도입된 데 이어 7월부터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도 시행된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제조업을 놓고 봤을 때 미래 성장성은 줄어드는데 비용은 갈수록 늘고 있다"며 "규제 강화,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 등으로 경영 환경이 갈수록 나빠지면서 상대적으로 괜찮은 기업은 해외 이전을 고민하고 한계 기업은 폐업의 기로에 섰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중소 제조업은 일감을 먼저 주문받기 때문에 지난해 상반기 생산은 코로나19 사태 이전 주문일 것"이라며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된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기업 경영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번 지표가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중소기업이 회복하지 못하는 K자형 양극화의 신호라는 해석도 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국내 경제는 이미 반도체·바이오 등 특정 산업 중심의 외끌이 구조"라며 "고용 효과가 큰 자동차, 조선, 철강 산업 등이 어려워지면서 공급 체인의 밑바닥을 차지하는 기업이 경영난에 봉착하고 있고 그 결과가 등록 공장 수 감소로 드러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올 가을까지 기업 퇴출이 많아질 수 있다"며 "정책 당국 입장에서는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기업의 유용한 자산을 살려나갈 수 있도록 구조조정에 바짝 더 신경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종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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