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체포·구속된 피의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진술거부권 고지의무(미란다 원칙)를 형사소송법에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법무부 장관에게 표명했다.
11일 인권위는 법무부장관에게 형사소송법에 ‘진술거부권’을 명문화하고, 경찰청장에게 피의자 체포 시 권리고지의 범위를 분명하게 하라는 의견을 전했다고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경증장애인 A씨는 지난 2019년 11월 제주 경찰관들이 의수를 착용한 자신을 현행범으로 체포하면서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았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조사 결과 당시 경찰은 피의사실 요지와 체포 이유, 변호인 선임권, 변명의 기회, 체포적부심사청구권을 고지했으나 진술거부권은 고지하지 않았다.
개정된 경찰청 범죄수사규칙은 진술거부권과 체포·구속적부심 청구권까지를 의무고지 대상으로 하지만 형사소송법에서는 체포의 이유, 변호인 선임권, 변명의 기회만 고지하도록 돼 있다. 이에 인권위는 A씨가 진정을 제기한 건에 대해서는 경찰청 범죄수사규칙이 개정되기 전이라 기각했으나, 형사소송법과 경찰의 피의자 권리고지 범위가 다른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체포·구속 적부심사 청구권에 대해 “반드시 체포와 동시에 고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봤지만, 진술거부권에 대해선 “체포·이송 과정에서 사실상 피의자신문이 행해지는 경우에서도 피의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선 체포와 동시에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전달될 필요가 있다”며 상위 법률로 명문화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한편 인권위는 경찰이 과도하게 뒷수갑을 사용해 체포·연행했다는 A씨의 다른 진정 내용에 대해선 “과도한 경찰장구 사용”이라고 인용하면서 해당 사건을 맡은 경찰서장에게 비슷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사례를 전파하고 직무교육을 할 것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