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총비서에 올랐다.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같은 반열에 서며 자신의 시대에 맞춘 ‘유일 영도 체제’를 강화한 것이다. 반면 ‘권력 2인자’로 파격 승진이 예상됐던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직책이 강등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0일 열린 8차 당대회 6일 차 회의 내용을 11일 전하며 “김정은 동지를 조선노동당 총비서로 높이 추대할 것을 결정한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김정은의 당내 공식 직함은 집권 초기 제1비서에서 2016년 위원장을 거쳐 이번에 총비서로 격상됐다. 당 총비서는 1966년 2차 당 대표자회에서 신설돼 김일성·김정일이 사망할 때까지 맡은 직책이다.
김여정의 직책은 되레 낮아졌다.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은 물론 기존 직책이었던 정치국 후보위원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김여정의 이름은 정치국 후보위원보다 낮은 당 중앙위 위원 명단에만 포함됐다. 이를 두고 대남·대미 업무 성과의 책임을 물은 것이라거나 국제사회 여론을 의식한 조치라는 등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무국 체제에서는 각 급별로 ‘위원장’과 ‘부위원장’ 직책이 너무 많아 기존 직함으로는 김정은의 권위가 충분히 서지 않는다고 본 것으로 판단된다”며 “김여정의 공식 지위는 김정은이 결정하면 언제든지 높아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각 요직에 김정은 사람들이 약진하며 세대교체가 된 것도 이번 인사의 특징이다. 김 위원장의 최측근인 조용원은 최룡해·리병철·김덕훈 등과 함께 정치국 상무위원에 선출돼 ‘권력 서열 5위’로 올라섰다. 빨치산 1세대인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의 3남 오일정 당 부장도 당 중앙위 위원에서 정치국 위원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대미 라인을 도맡았던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당 중앙위 위원에서 후보위원으로 강등됐다. 대남 문제를 총괄했던 김영철 당 부위원장은 당 비서에서 제외되고 통일전선부장에 이름을 올렸다. 대중 외교를 담당해온 김성남 당 국제부 제1부부장이 당 부장에 임명됐고, 리선권 외무상은 정치국 후보위원 자리를 유지했다. 기존 10명이었던 당 부위원장은 7명 구성의 당 비서 체제로 줄였다. 정치국 후보위원도 대폭 물갈이했다.
한편 이날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전날 심야 시간대에 김일성광장에서 당대회 관련 열병식을 실시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한파로 인한 장비 오작동 가능성 등을 고려해 지난해 10월 열병식보다는 규모가 줄었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이 같은 열병식은 예고되지 않은 것으로, 북한이 미국 등에 대해 강 대 강(强對强), 선 대 선(善對善)의 입장을 명확히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양욱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교수도 “과거 북한은 미국 정권이 바뀔 때마다 어떤 식으로든 메시지를 보냈다”면서 “열병식을 통해 내부의 결속을 다지고 한국과 미국에 압박을 준다든지 하는 식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신인균 경기대 북한학과 겸임교수도 “2016년 7차 당대회 때는 열병식을 안 하다가 이번에 뜬금없이 열병식을 한 것은 군사적 행보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이번 열병식은 당대회 피날레 격으로 대외에 군사적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고 진단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조 바이든을 의식해 혹한에도 열병식을 열고 ‘우리는 군사적 강국을 추구한다’는 메시지를 우선 보낸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