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CES 최대 관심사 중 하나로 꼽혀온 LG전자(066570)의 ‘롤러블(말 수 있는)’ 스마트폰이 윤곽을 드러냈다. 그간 고전을 면치 못했던 ‘LG표’ 스마트폰이 새로운 폼팩터(기기 형태)로 반전의 역사를 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1일(미국 현지 시간) 온라인으로 개최된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에서 LG전자는 롤러블폰의 명칭을 ‘LG 롤러블(LG Rollable)’로 확정하고 실제 구동 모습이 담긴 티저 영상을 공개했다.
이날 콘퍼런스에서는 권봉석 LG전자 사장의 시연으로 LG 롤러블이 펼쳐지고 말려 들어가는 장면이 메인 영상의 시작과 끝을 장식했다. LG 롤러블 스마트폰으로 CES 콘퍼런스를 시청한다는 콘셉트다. 지난해 9월 듀얼 스크린 형태의 뉴 폼팩터 스마트폰인 ‘LG 윙’의 공개 행사에서 윤곽이 처음으로 드러났으나 영상으로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당시 LG전자는 제품의 하단에서 화면이 들어가고 나오는 극히 일부분만을 보여주며 관심을 자극했다. 이번 영상에서는 제품의 전면부와 두루마리처럼 화면 크기를 늘릴 수 있는 실제 구동 모습이 과감하게 드러났다.
LG 롤러블은 펼치지 않았을 때 화면 크기가 6.8인치(대각선 길이)에서 펼치면 최대 7.4인치까지 커진다. 화면비는 6.8인치 때 1,080×2,428(픽셀), 7.4인치 때 1,600×2,428(픽셀)을 구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리 버튼을 누르거나 화면을 터치하면 자동으로 화면이 펼쳐지는 방식이다.
LG 롤러블은 제품의 사양을 낮춰 가격을 떨어뜨리는 다운그레이드 대신 최고 수준의 스펙을 갖추는 프리미엄 전략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두뇌 격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로 퀄컴의 신규 플래그십 AP인 스냅드래곤 888을 채택한다. 스냅드래곤 888은 퀄컴 플랫폼 중 최초로 5㎚ 공정 기술을 적용, 25% 증가한 중앙처리장치(CPU) 성능과 20% 개선된 전력 소모량을 자랑한다. 여기에 더해 16GB 대용량 메모리와 4,200㎃h 배터리 등이 탑재될 것으로 전망된다. 카메라의 경우 전작과 같은 트리플 카메라를 채택할 것이 유력시된다.
최신 기술의 집약체인 롤러블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첫 제품인 만큼 가격은 만만치 않은 장벽이 될 수 있다. 국내 이동통신 업계는 240~260만원대의 출고가를 예상하고 있다. 예상이 들어맞는다면 접는 형태의 뉴 폼팩터 폰인 삼성전자 갤럭시Z폴드2(239만8,000원)와 비슷하거나 20만원 가량 높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LG 롤러블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아 스마트폰의 ‘매출 효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LG전자는 지난해 외주설계생산(ODM) 비율을 50% 이상 끌어올리면서 원가 절감 조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 윙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롤러블과 레인보우를 비롯한 프리미엄 및 플래그십 라인에서의 매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LG 스마트폰(MC) 사업부는 지난해 4·4분기까지 2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