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에 음주운전으로 6세 아이를 사망하게 만든 운전자에게 1심에서 징역 8년이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단독 권경선 판사는 12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위험운전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59)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김씨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한 바 있다.
김씨는 지난해 9월 6일 오후 3시 30분께 서울 서대문구에서 술을 마시고 승용차를 몰다 인도의 가로등을 들이받았다. 가로등이 쓰러지면서 이모(6)군을 덮쳤고, 가로등에 머리를 맞은 이군은 결국 사망했다. 당시 주변을 지나던 행인도 부상을 입었다. 김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44%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음주운전으로 만 6세에 불과한 이군이 넘어지는 가로등에 머리를 부딪혀 결국 사망하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했다"며 "피고인은 음주운전으로 벌금형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어 엄중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에게 적용된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사·상 죄목이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국민 법 감정에 부합하는 법을 위해 시행된 것이라며 일반 교통사고와 달리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유족들이 용서할 뜻이 없고 피고인과 연락하는 것을 원치 않아 전해지지는 못했으나 사고 직후 구속된 피고인이 반성문 형태로 거듭 피해자와 가족들에 대한 죄송한 마음과 자신에 대해 후회하는 내용을 적어낸 점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첫 재판 때부터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거의 매일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했다.
선고가 내려지자 이군의 유족은 오열하며 "판사님 너무 하십니다. 이건 가해자를 위한 법입니다"라고 항의했다. 유족 측은 선고 뒤 법원 앞에서 취재진에 "재판부가 검찰 구형보다 2년 낮게 선고했다"며 "우리나라 사법부와 재판부가 원망스럽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반성문을 쓰고 자동차 보험에 가입됐다고 형량을 낮춰주는 것이 말이 되는 판결인가"라며 "가해자는 항소해 형량을 더 낮출 테지만 유족은 앞으로 평생 무기징역을 받고 사형을 받은 심정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족 측은 "처벌이 약하기 때문에 음주운전 사고가 계속 발생하는 것"이라며 "음주운전은 재판부와 사법부의 책임"이라고 비판했다.
/박우인 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