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집단의 오너 일가는 입사하고 5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임원으로 승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회사원의 성공신화’로 꼽히는 사장단에 오르는 데는 14년이 걸렸다. 통상 20대 후반에 입사해 50세가 넘는 시기에 임원을 다는 일반인에 비해 초고속 승진이라 할 수 있다.
13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64개 대기업집단 가운데 오너일가 부모와 자녀세대가 함께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43개 그룹을 조사한 결과, 오너일가가 입사 후 임원으로 승진하기까지 평균 4.8년이 소요됐다. 오너일가의 입사 나이는 평균 29세이며, 임원 승진 나이는 33.8세로 집계됐다. 또 이들이 사장단에 입성한 나이는 평균 42.7세로 입사부터 사장단 승진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14.1년이었다.
일반 직장의 상무(이사 포함)급 임원 나이가 평균 52세, 사장단이 평균 58.8세인 것과 비교하면 오너 일가는 임원 승진의 경우 18.2년, 사장단 승진은 16.1년이 빠르다.
또한 같은 오너 일가라도 자녀세대가 부모세대보다 빨리 임원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창업주 또는 2세대에 해당하는 부모세대는 평균 29.5세에 입사해 34.6세에 임원을 달아 5.1년이 걸린 반면, 3·4세로 분류되는 자녀세대는 28.6세에 입사해 4.5년 만인 33.1세에 임원으로 승진했다. 입사 후 사장에 오르는 기간도 부모세대는 평균 43.5세에 사장단이 되면서 평균 14.4년이 걸렸고, 자녀세대는 41.3세에 사장단에 올라 13.6년이 소요됐다.
이 같은 경향은 그룹 규모가 작을수록 두드러졌다. 조사대상 중 30대 그룹에 포함된 21개 그룹 오너일가는 임원 승진까지 5.5년이 걸렸는데 30대 그룹 밖 22개 그룹은 3.4년으로 2.1년이 빨랐다. 사장단까지의 승진 속도도 30대 그룹 밖은 평균 12.5년으로 30대 그룹내 14.8년보다 2.3년 앞섰다.
임원으로 입사한 오너일가 사례도 조사됐다. 부모세대인 오너일가 가운데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5세의 나이에 임원으로 회사에 발을 들였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정몽진 KCC 회장 등도 입사와 동시에 임원을 달았다. 자녀세대 중에서는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 사장이 24세에 조선호텔 상무보로 입사했고,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이 29세에 기아자동차 이사로 입사해 20대에 임원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