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월 입양아 정인 양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양모에 대해 검찰이 아동학대치사 혐의에 이어 살인죄를 추가 적용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유사한 아동학대치사 사건 등에 대해서도 검찰이 살인죄를 적용하게 될 가능성이 열렸다.
검찰은 13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신혁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인이 사망 사건 관련 첫 공판에서 가해자인 양모 장 모(36) 씨에 대해 “살인죄를 주위적 공소사실로, 아동학대치사죄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하는 공소장 변경을 신청한다”고 밝혔다. 장 씨에 대해 살인죄를 우선 적용하고 향후 법원에서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하겠다는 뜻이다.
검찰은 당초 이번 사건에 대해 살인죄보다 형량이 가벼운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번 공판에서 “장 씨에 대한 통합 심리 분석 결과를 받기 전 구속 기간이 종료돼 장 씨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먼저 기소했다”고 해명했다. 이어서 “기소 이후 수령한 분석 결과에서 유의미한 내용이 발견돼 부검의에게 피해자 사망 원인에 대한 재감정을 의뢰했다”고 이번 살인죄 적용 방침의 배경을 설명했다. 재감정 결과 정인 양은 ‘배에 가해진 넓고 강한 외력’으로 인해 복부가 손상됐으며 이후 복강 내 과다 출혈로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초 검찰은 정인 양의 복부 손상이 ‘불상의 방법으로 등에 가해진 충격’ 때문에 발생했다고 봤지만 재감정 결과 등이 아닌 배에 충격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을 바꿨다.
검찰은 장 씨에게 살인의 ‘미필적고의’가 있다고 봤다. 일반적으로 미필적고의란 피의자가 자신의 행위로 인해 범죄 결과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인식하고도 해당 행위를 저지른 경우를 뜻한다. 검찰은 “장 씨는 지속적인 학대로 인해 몸 상태가 나빠진 16개월 피해자에게 강한 둔력을 행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그럼에도 ‘밥을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격분해 피해자의 복부를 세게 때려 넘어뜨린 다음 발로 배를 강하게 밟았고 결국 피해자가 사망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장 씨와 배우자 안 모 씨 부부는 직접 낳아 가르던 친딸에게 정서적 유대를 길러주기 위해 깊은 고민 없이 정인 양을 입양했다. 이후 장 씨는 어린이집 관계자 등을 비롯한 주변인들이 세 차례에 걸쳐 아동 학대 의심 신고를 하자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정인 양을 어린이집 등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만 키웠고 학대 행위를 한층 심화했다. 그 결과 장 씨는 살인과 아동학대치사 혐의 외에도 정인 양을 신체적·정서적으로 학대하고 상습적으로 유기·방임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장 씨의 남편 안 씨는 학대 사실을 알면서도 조치를 취하지 않은 혐의(아동복지법상 유기·방임)로 불구속 기소됐다.
반면 장 씨와 안 씨의 변호인은 “결과적으로 피해자를 힘들게 했던 부분은 모두 인정한다”면서도 “고의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은 아니다”라며 살인과 학대 치사 혐의를 부인했다. 장 씨 측은 “아이의 양팔을 잡아 흔들다가 가슴 수술 후유증으로 떨어뜨렸지만 곧바로 피해자를 안아 올렸다”며 “자리를 비운 사이에 피해자 상태가 심각해져 사망에 이른 것이지 췌장이 끊길 정도로 강한 둔력을 가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장 씨는 또 여러 개의 학대 혐의 중 일부 신체적 학대 혐의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부인했다.
한편 법원은 이날 이례적으로 중계 법정 두 곳을 마련했다. 본 법정과 중계 법정에서 51명의 시민들이 재판을 지켜봤다. 연령대도 20세부터 67세까지 다양했다. 초록색 수의를 입은 장 씨가 고개를 푹 숙인 채 머리로 얼굴을 가리고 법정에 출석하자 방청석에서는 긴 탄식이 흘러나왔다. 재판이 끝나고 장 씨가 법정을 떠나려 하자 한 방청객이 “악마 같은 X아”라고 소리쳐 제지를 받기도 했다. 장 씨와 안 씨의 다음 재판은 2월 17일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