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점유율 감소와 헤지펀드 압력 등에 시달리던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 인텔이 1년 여만에 최고경영자(CEO) 전격 교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텔의 밥 스완 CEO가 내달 15일자로 물러나고 팻 겔싱어 VM웨어 CEO가 그 자리를 이어받는다고 보도했다.
겔싱어 신임 CEO는 인텔에 엔지니어로 입사해 30여년 간 근무하며 최고기술책임자(CTO)까지 오른 후 2009년 다른 회사로 옮긴 이래 10여년 만에 친정으로 복귀했다.
업계에서는 인텔이 미 최대 반도체 회사의 지위를 상실하는 등 어려움을 겪는 시점에 이뤄진 이번 CEO 교체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스완 CEO가 2016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인텔에 입사해 CEO 자리에 오른 ‘재무통’이었다면, 신임 겔싱어 CEO는 ‘기술통’으로서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오마 이쉬라크 인텔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는 지금이 리더십을 교체할 적절한 시기라고 결론을 내렸다”며 “중요한 변화의 시기에 팻의 기술과 엔지니어링 전문성에 의지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에 투자하고 있는 자산운용사 반센 그룹의 데이비드 반센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번 CEO 교체는 인텔이 기술 혁신자 및 운영자로 정의되고자 하는 데 있어서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앞서 작년 말 인텔 이사회에 서한을 보내 대대적인 개혁을 촉구한 행동주의 헤지펀드 서드포인트의 대니얼 로브도 자신의 트위터에 “스완 CEO는 겔싱어 신임 CEO를 위해 자리에서 물러남으로써 모든 주주들을 위해 옳은 행동을 했다”며 환영했다.
인텔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경쟁자인 엔비디아에 추월당했고, 과거 큰 격차로 앞섰던 AMD에도 시장 점유율을 잠식당하는 추세다. 최첨단 반도체 경쟁에서도 대만 TSMC와 한국의 삼성전자에 밀리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애플이 인텔 제품 대신 자체 개발 칩을 자사 컴퓨터에 장착하고, 아마존과 구글도 인텔 의존도를 줄이면서 위기가 가중됐다.
이날 CEO 교체 소식이 전해진 직후 인텔 주가는 장중 최대 13%까지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