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구멍 뚫린 입양제도, 제2의 정인이 막자]가정조사 늘리는 게 능사?…통합관리로 사각지대 없애야

<하> 새 가정 안착 돕는 지속적 사후관리

상담사 1명, 입양아 30명 관찰 어려워

전화로만 점검하다 감사 적발되기도

문제 드러나도 입양기관 소극 대응

경찰·법원 등 공조로 '사각' 없애야

국내입양인연대 등의 단체가 지난 7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 모여 결연과 사후 관리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은 홀트아동복지회의 특별감사 실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생후 16개월 아이가 양모의 학대로 숨지는 ‘정인이 사건’이 벌어진 지 한 달 뒤인 지난해 11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아이가 입양을 가면 그 입양에 대한 철저한 사후 관리가 있어야 한다. 더 이상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게 해달라”는 호소 글이 올라왔다. 정인이 사건이 언론의 재조명을 받으며 국민적 공분이 커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일 “매우 안타깝고,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입양 아동을 사후에 관리하는 데 만전을 기해달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의 바탕에는 입양 기관의 사후 관리가 꼼꼼히 이뤄졌다면 정인이의 안타까운 죽음을 막을 수 있었다는 공통된 인식이 깔려 있다. 이제라도 입양아의 사후 관리를 민간 기관에만 맡길 게 아니라 경찰과 법원 등 정부 기관의 공조 체제를 통해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입양특례법에 따르면 입양 기관은 입양 이후 1년간 네 차례의 가정 조사를 통해 입양아를 사후 관리하도록 돼 있다. 입양 가정과 아동의 상황을 점검한 뒤 가정 조사 보고서를 작성하고 혹시 입양아가 적응에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되면 별도의 사후 서비스와 사례 관리를 해야 한다. 하지만 가정 조사 규정상 직접 방문 조사는 최소 두 차례로 명시돼 있어 사실상 나머지 절반은 우편과 전화 등 비대면 조사로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정인이의 입양 기관이었던 홀트아동복지회(홀트)는 2012~2013년 국내 입양 아동 92명 중 13명에 대해 사후 관리 가정 조사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아동 4명에 대해서는 아예 전화로만 상담하고 보고서를 낸 사실이 보건복지부 특별 감사에서 적발되기도 했다.

생후 16개월 아이가 양부모의 학대로 숨지는 ‘정인이 사건’이 벌어진 뒤 정인 양을 추모하기 위한 근조 화환이 서울남부지법 앞에 놓여 있다./연합뉴스


보건복지부는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입양 가정에 대한 방문 조사 횟수를 연간 여섯 차례로 늘리고 아동 학대 발견 시 정부 산하기관인 아동권리보장원에 신고하게 하는 등의 입양 매뉴얼 개선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입양 기관의 현 인력 구조를 고려하면 가정 방문 횟수를 늘리는 조치는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4대 입양 기관에서 사후 관리를 담당하는 직원은 2016년 기준 16명. 같은 해 4대 기관을 통해 국내 입양된 아동은 501명이다. 산술적으로 상담사 1명당 31명이 넘는 아동을 사후 관리해야 하는 셈이다. 더욱이 입양 실무를 맡는 아동권리보장원은 민간 입양 기관의 인력 현황을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입양아가 새로운 보금자리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정부 기관이 적극 개입한 통합 사후 관리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해외 입양인 단체 뿌리의집의 김도현 대표는 “입양 기관이 사후 관리에서 이상 징후를 발견해 조치에 나서면 결국 자신들의 결연 실패를 인정하는 꼴”이라며 “입양 기관이 아무리 가정 방문 횟수를 늘린다 해도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홀트도 사후 조사에서 정인이에 대한 학대 정황을 포착하는 등 이상 징후를 발견했지만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범중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입양 기관뿐 아니라 경찰과 아동보호 전문 기관, 의료진이 사후 관리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일부 주에서 시행 중인 법원의 ‘입양 후 관리 제도’도 참고해볼 만한 사례다. 아동 학대나 방치 시 판사가 입양 취소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안문희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법원 조사관을 통한 사후 관리·감독으로 입양 아동에 대한 보호를 두텁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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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기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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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심기문 기자 do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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